625호

부처님께서는 입멸에 드시기 전 방일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방일하지 말라.’는 말은 허망한 것에 집착하거나 미혹되지 말고 항상 깨어 있으라는 말입니다. 또한 항상 깨어 있으라.’는 말은 쉼 없이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정진을 강조하신 이유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불교의 정진에는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피갑정진(被甲精進)입니다. 병사가 갑옷을 입고 진지에 들어가 전투에 임할 때,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중생을 구제하고 악을 제거하면서 보살행을 펼칩니다. 매사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충만한 힘으로 그 용기를 발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둘째는 가행정진(加行精進)입니다. 견고하고 용감한 자세로 더욱 근면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목적한 과업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셋째는 무겁약정진(無怯弱精進)입니다. 진리를 구하고 중생과 사회를 위함에 있어 비겁함을 모두 버리고 용감히 정진하는 것을 뜻합니다. 넷째는 무퇴전정진(無退轉精進)입니다. 진리를 전파하거나 중생을 위하여 봉사할 때,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참으면서 후퇴하지 않는 정진을 일컫습니다. 다섯째는 무희족정진(無喜足精進)입니다. 평소 작은 선행이라 할지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실천하며, 더 큰 선행을 위해 노력하는 정진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정진은 단순한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위한 수행은 물론 이타적인 보살행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저 땀 흘리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사전적 의미의 노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일들을 실천함에 있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굴복하거나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정진입니다.

가던 길을 끝까지 가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 일에 매진함으로써 끝까지 완주해야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는 뜻입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새 길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새 길로 들어선 것 같지만 사실은 현실과의 타협이거나 의지의 후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의지를 내고 들어섰던 그 길을 포기하는 것은 초심을 버리는 행위입니다.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니라면 도중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마음먹은 일을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와 각오입니다. 그래야 멋지고 행복한 삶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확신하지 못하므로 당장 눈앞의 성과만을 따지려 합니다.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리 없으므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떤 일이든 매듭을 짓지 못하고 중간에 일을 그르치게 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물론 인생을 살다보면 항로를 수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장애에 부딪혀 이를 피하려는 수단으로서의 수정이라면 그는 완주할 자격을 잃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장애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하여 본래 목적한 바를 성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희랍의 유명한 웅변가인 데모스테네스는 본래 심한 말더듬이에다가 발음도 정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입에 자갈을 물고 피나는 발음 연습을 한끝에 훌륭한 웅변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돈키호테의 작가인 세르반테스도 한 쪽 팔을 잃은 상이군인이었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 않고 후퇴와 굴복 없는 노력으로 훗날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은 끈질긴 집념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포기를 모를 때 쌓이는 게 성취의 내공이며 이 내공이 성공을 안겨주는 요인이 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정진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경책(警策)이기도 합니다. 죽비가 수마(睡魔)를 깨우듯 삶이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 해도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의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부처님께서는 이 마지막 말씀을 남기시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불자들이 정진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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