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읽는 초기 중국불교 교과서
승조 스님 지음·감산덕청 스님 약주·강승욱 역주/운주사/38,000원

중국불교의 교과서라 평가받는 〈조론(肇論)〉은 중국 진나라 승조 스님(僧肇, 374~414)이 저술한 논문집이다. 한자 고문(古文)과 변려문(騈儷文)이 혼용되어 있어 번역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명말 4대 고승으로 불리는 감산덕청 스님(1546~1623)이 방대한 경전과 발전된 사상, 자신의 수행체험 등을 바탕으로 〈조론〉을 해석한 〈조론약주(肇論略註)〉를 썼다. 책은 승조 스님이 찬술한 〈조론〉과 감산덕청 스님이 지은 주석서 〈조론약주〉를 역은 것이다.

책의 초점은 독자가 〈조론〉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맞춰져있다. 역자는 먼저 〈조론〉의 원문과 번역문 전체를 수록하고, 이어 〈조론역주〉의 주해를 한 구절씩  달고 해석해 독자가 그 의미를 깊이 새기도록 구성했다. 특히 승조 스님과 감산덕청 스님이 인용한 불교경전과 유교경전의 출처를 꼼꼼히 추적했으며, 직역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

〈조론〉은 전체를 개괄하는 서문 격인 〈종본의(宗本義)〉와 〈물불천론(物不遷論)〉·〈부진공론(不眞空論)〉·〈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 등 네 편의 논문, 두 편의 편지로 구성됐다. 〈물불천론〉에서는 경불천(境不遷)·물불천(物不遷)·시불천(時不遷)·인과불천(因果不遷) 등을 통해 제법의 실상이 본래 진공명적(眞空冥寂)하다는 점을, 〈부진공론〉에서는 유와 무의 양변을 통해 ‘공’의 진정한 의미를 규명하고자 격의불교(格義佛敎) 시대의 잘못된 이해를 비판하고 진공묘유(眞空妙有)를 설명한다.

이어 〈반야무지론〉에서는 아홉 번에 걸친 자문자답을 바탕으로 지(知)와 무지(無知)를 상정해 상대적인 앎을 뛰어넘어 일체지(一切智)로서의 무지를 밝히며, 〈열반무명론〉에서는 유명과 무명의 두 가상인물이 열아홉 차례에 걸쳐 열반의 실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다뤘다.

감산덕청 스님은  〈조론〉의 문장 사이사이에 주를 달아 각 단어의 의미를 설명했으며, 촌평(寸評)을 붙였다. 아울러 문장의 단락을 짓고 각 주제에 대한 약주를 함께 실어 자신의 견해와 해설을 밝혔다.

역자는 책의 구성과 해제에서 “언어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언어문자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언어문자 속에 숨겨진 참 뜻을 제대로 알아야한다는 의미로 이는 선종에서 주장하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본래 뜻”이라며 “불가에서는 승조 스님을 선승(禪僧)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그가 〈조론〉을 통해 보여준 이론과 사상은 선종과 교종의 후학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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