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博, 〈엮고 담다: 바구니를 통해 본 한국의 생활문화〉 발간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플라스틱 바구니가 등장하기 이전 한국 대표 생활용구였던 바구니를 중심으로 우리의 생활문화를 살펴보는 엮고 담다: 바구니를 통해 본 한국의 생활문화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바구니 조사는 청바지·소금·인형·부엌 등 2013년부터 진행되어 온 물질문화 비교민속조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조사보고서에는 볏짚·댕댕이덩굴·왕골·대나무·버들·싸리 등 대표적인 바구니 재료의 채취에서부터 바구니 완성까지, 기존 자료에서 단편적으로 기록해온 바구니 제작의 전 과정을 한 권에 수록했다.

바구니는 짚··나무 등을 엮어 물건을 저장하고 운반하기 위해 만든 전통 그릇으로, 특수한 설비가 없어도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식물과 엮는 기술만 있다면 누구든 만들 수 있다일단 재료를 선택하고 나면 형태와 크기를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지을 수 있어 바구니에는 기후, 지리적 환경과 사람들의 생활, 관습이 반영된다. 바구니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자연-인간-문화의 상호작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 바구니 만들기에 적당한 것을 선택하여 채취하고, 특성에 알맞게 가공한 다음, 용도에 맞게 엮기까지 바구니 제작의 전 과정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지식의 보고(寶庫)이다. 풀과 나무로 엮은 바구니의 쇠퇴는 단순히 생활용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 관한 민속지식, 제작기술, 제작도구, 바구니 분류체계 등 바구니를 둘러싼 모든 전통지식의 소멸을 의미한다.

더욱이 힘든 작업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바구니의 전승 상황은 불투명하다. “나 죽으면 이거 누가 할 사람 없어라는 바구니 제작자의 말처럼, 구전으로 전승되는 바구니 제작과정은 고령의 제작자들이 타계하고 나면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바구니는 하루 빨리 조사되고 기록되어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과거 필수 살림살이로 여겨졌던 바구니는 현재 민속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식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근 현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바구니의 의미는 상품화와 공예품화의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가내사용 목적이 아닌 판매용 바구니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제작되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한편 산업화와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화학소재 바구니가 보급되는데, 기존의 자연소재 바구니는 값이 싸고 관리가 용이한 플라스틱 바구니로 대체되고 수요를 잃은 바구니는 향토의 풍취가 느껴지는 공예품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더욱이 값싼 수입산 바구니가 유입되면서 비교적 고가의 국내산 바구니는 실생활에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기에 실내를 장식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물건을 저장하고 담는다는 바구니의 용도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같지만 문화적 의미는 상이하다. 바구니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그 의미가 변해가는 과정은 현재의 바구니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바구니는 가볍고 견고하다. 또한 주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파손되어도 교체가 용이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오랜 세월 동안 생활 전반에서 한국인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대가 백 년이 넘는 유물은 드물다. 다만 문헌에서 국가 의례나 민간에서 사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의 바구니 제조 관청인 양전(楊典)’에 대한 기록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약 850점의 풀과 나무로 엮은 바구니 유물을 소장하며, 이번 보고서에서는 쓰임별로 바구니를 분류하여 설명한다.

플라스틱 바구니가 등장하기 이전 한국 대표 생활용구였던 바구니를 총망라한 조사보고서가 발간됐다. 바구니 제작자가 광주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플라스틱 바구니가 등장하기 이전 한국 대표 생활용구였던 바구니를 총망라한 조사보고서가 발간됐다. 바구니 제작자가 광주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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