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세계인류의 절박한 숙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말해주듯 한낮의 기온이 36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좀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경련·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의 유언장에서 인류가 앞으로 100년 안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지구를 떠나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호킹 박사는 가장 큰 원인으로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를 들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가 세심하게 주목해야할 것은 지구온난화입니다. 1900년대 지구 평균 기온은 14도였으나, 2020년 들어 1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1도가 더 상승하면 빙하가 녹고, 지구 생명체의 22%가 멸종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는 식량부족 사태를 부르고 이로 인해 세계 인구 3억 6,000여 명이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하니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의 심각성을 느껴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생명존중환경포럼은 천태종중앙청년회와 지난 달 5일 관문사에서 ‘지구기후 위기 극복과 생명존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해결방안이 무엇일지 살펴보았습니다. 지구기후 위기는 이제 현실적으로 전 인류가 감당해 나가야 할 과제로 다가섰기 때문입니다. 

지구기후 위기와 관련해 인류가 처음으로 공식적 자리를 갖고 공동대응을 모색한 것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환경회의입니다. 당시 각국 지도자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60% 이상 증가해 이 선언이 무색해졌습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지구기후 위기와 관련해 UN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100% 전부 이행한다 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가 역부족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충고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앞으로 10~20년 안에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는 일은 이제 과학기술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시민들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구증가에 따른 화석연료의 사용 급증으로 시발되었습니다. 삼림벌채·무분별한 개발 등에 따른 환경파괴는 생태계의 교란과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기후 위기 대응은 단순히 개인의 실천이나 의식전환을 넘어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방향이 돼야 하고, 시민의 일상 행동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당장 편리하다고 플라스틱이나 비닐·스티로폼 등을 쓰거나 인공세제 등을 고수한다면 지구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지구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일과 관련해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자연과 인간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공업중생(共業衆生)’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사실입니다. 불교의 연기법에서 말하는 공업중생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 모두 불이(不二)의 관계로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업연(業緣)의 존재입니다. 이는 적대와 경쟁이 아니라 공생과 상생이라는 숙명의 관계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삶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공업의 논리에 따라 불교의 가르침은 친환경·친자연·친생태적 요소를 갖습니다. 모든 존재를 상호관계로 통찰하는 공업중생의 연기법에 따라 인간과 자연은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불교의 가르침은 출가자에게 그대로 전수돼 걸식(乞食)하고, 나무 아래 머물며[樹下座], 버려진 천으로 옷을 해 입고[糞掃衣], 동물의 배설물로 만든 약을 먹으며[陣棄藥] 생활하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본받는다면 지구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적 자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구를 살릴 때 나도 살 수 있습니다. 지구기후 위기는 남의 일 또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닌 현실로 다가선 문제인 만큼 각별한 극복운동이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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