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수행자 위해
허벅지 살 잘라 공양

〈삽화=필몽〉
〈삽화=필몽〉

 

숲피야(Suppiya)는 바라나시(Baranasi)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차서 부유한 집의 장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 무렵 부처님께서 많은 비구들과 함께 바라나시를 방문해 이시파타나(Isipatana)의 미가다바나(Migadavana)에 있는 사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숲피야는 부처님의 명성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첫 방문인데도 불구하고 숲피야는 부처님의 법문을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직후, 그녀는 예류과(豫流果)를 성취하게 되었습니다. 예류과를 성취했기 때문에 적어도 삼악도(三惡道)에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병든 스님을 만나다

어느 날, 숲피야는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후 스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미가다바나(Migadavana)에 있는 사원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돌아다니던 중 그녀는 설사를 일으키게 하는 설사제를 복용하고 있는 쇠약한 비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병든 스님에게 어떤 종류의 음식이나 약이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여쭈었습니다. 스님은 고기 수프가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숲피야는 병든 스님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어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 제가 고기 수프를 만들어 스님께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쇠약한 스님에게 인사를 한 후 사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숲피야는 스님에게 공양할 고기를 얻기 위해 하인을 보내 시장에서 싱싱한 고기를 사게 했습니다. 하인은 좋은 고기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지만 원하는 좋은 고기를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마침 마을에서는 도살하지 않아서 고기 수프 만들기에 적합한 생고기를 살 수 없었습니다. 하인은 싱싱하고 좋은 고기를 찾지 못하는 사정을 숲피야에게 자세히 말했습니다.

숲피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병든 스님에게 고기 수프를 만들어 공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스님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 병든 스님이 고기 수프를 먹지 않으면 병이 더 악화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님과 약속하고서도 고기 수프를 보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어떻게든 병약한 스님이 고기 수프를 드시도록 해야 한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고기를 얻을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 스님에게 고기 수프를 공양하기 위해서 남아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녀는 침실로 조용히 들어가서 칼로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랐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인내하면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상처를 약으로 바르고 헝겊으로 감쌌습니다. 숲피야는 상의로 허벅지를 가리고 평상시처럼 태연한 척하면서 침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하녀에게 주면서 다른 재료들(: 고추, 양파 및 기타 조미료)과 함께 고기 수프를 요리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하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고기 수프를 만들어 병든 스님에게 가져가서 공양을 올리도록 하거라. 만일 스님이 내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물으면 내가 몸이 불편하여 직접 오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도록 하거라. 직접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전하거라.”

숲피야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고통을 감내하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하녀는 숲피야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숲피야의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하녀에게 물었습니다.

나의 아내는 어디 있느냐?”

하녀는 대답하였습니다.

안방에 누워 있습니다, 주인님!”

그러자 남편은 방문을 열고 숲피야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왜 그렇게 누워 있습니까? 몸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다소 몸이 아픕니다. 거동하기가 조금 힘듭니다. 당분간은 누워 있어야 하겠습니다.”

당신의 병은 무엇입니까? 어디가 아픈 것입니까? 언제부터 아팠던 것입니까?”

남편이 잇단 질문에 그녀는 거짓말하지 않고 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감탄하며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의 아내 숲피야는 자신의 살까지 도려내어서 보시하였다. 자신의 신체를 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심(信心)이 깊다! 그녀가 보시하지 않을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남편은 아내의 헌신적인 보시에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을 뵈러 갔습니다. 남편은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고 한쪽에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남편은 공손하게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내일 비구 승가와 함께 저희의 처소로 와서 공양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들이 복을 짓도록 기회를 주십시요.”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승낙하셨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부처님의 묵인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엎드려 절을 하고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숲피야와 남편은 정성을 다해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고 나서 부처님께 음식 공양이 준비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부처님은 숲피야의 보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삽화=필몽〉
〈삽화=필몽〉

 

부처님의 위신력

다음날 아침 일찍 세존께서는 여느 때 공양을 하러 갈 때처럼 옷을 갈아입고, 발우와 가사를 들고 숲피야의 집에 가셔서 제자들과 함께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에 앉으신 후 숲피야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내 숲피야는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내는 몸이 조금 좋지 않아 자신의 처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녀가 몸이 좋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내게로 데리고 오도록 하십시오.”

안타깝게도 아내는 걷기가 힘듭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혼자 걸을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럼 부축해서 데리고 올 수는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내 숲피야를 반드시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를 데리러 갔습니다. 남편은 아내 숲피야에게 부처님의 의중을 말하자 아내는 부처님의 부름에 기뻐하며 고통도 잊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숲피야를 부축해서 천천히 부처님께 다가갔습니다. 놀랍게도 그녀가 부처님을 보는 순간 허벅지의 큰 상처가 사라졌고,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었습니다. 심지어 피부에 가느다란 솜털도 자라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온전하게 회복이 된 것입니다.

이런 믿기 힘든 기적을 목격한 남편과 숲피야는 경이로움으로 외쳤습니다.

세존이시여! 놀라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엄청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세존의 힘은 정말이지 위대합니다. 부처님을 보는 바로 그 순간에, 그렇게 깊었던 상처는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었습니다!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모두 나았습니다. 심지어 솜털까지 피부에 다시 자라게 될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가늠하기 힘듭니다.”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숲피야와 남편은 특별히 공양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최고의 음식으로 부처님과 승가를 섬겼습니다. 세존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그릇에서 손을 거두시자 숲피야와 남편는 한쪽에 앉았습니다. 부처님은 그들을 위해 법문을 들려주셨고, 숲피야와 남편은 부처님의 설법에 기뻐했습니다.

숲피야와 남편에게 설법을 하신 후 부처님은 사원으로 다시 되돌아오셨습니다. 그런 다음, 모여 있는 스님들에게 부처님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비구들이여! 누군가 숲피야에게 고기를 부탁했습니까?”

병든 비구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숲피야가 고기 수프를 그대에게 보냈습니까? 그대는 맛있게 먹었습니까?”

, 세존이시여! 그랬습니다.”

한 번이라도 무슨 고기냐고 물어봤습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묻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그 비구를 질책했습니다.

어떻게 그대는 먼저 물어보지도 않고 고기 수프를 먹었느냐? 그대는 어리석도다. 그대는 어리석게도 사람 고기를 먹었다. 어리석은 이여! 이런 행위는 신심 없는 자에게 신심을 새로이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심지어 신심 있는 자에게도 더 깊은 신심을 증장시키지 못한다.”

이렇게 잘못을 지적한 이후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행동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비구들이여! 삼보(三寶)에 대한 굳건한 신심이 있는 재가자들은 무엇이든 보시하고 싶어합니다. 신심이 있는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신심이 너무 깊어 심지어 자신의 살을 잘라내 스님들에게 공양하기도 합니다. 비구들이여! 인육(人肉)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인육을 먹는 비구는 계율을 어긴 것입니다. 비구들이여! 비구들이 묻지 않고 고기를 먹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공양되는 고기에 대해 묻지 않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계율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전생에 세운 대원

병든 수행자를 위해 자신의 허벅지살을 잘라서 공양하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입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스스로 칼로 잘라낼 때 생기는 고통은 엄청날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시하는 것은 보통의 신심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는 일입니다. 아내의 보시를 기뻐하고 찬탄하는 남편의 신심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일이겠지요.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스님의 병을 고쳐주려는 숲피야의 깊은 신심과 아내의 헌신적인 보시에 기뻐하는 남편의 수희(隨喜)가 일반인의 눈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겠지요.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는 보살의 시각으로 보면 납득이 되고 실현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로 세상이 구제된다고 해도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옛날 중국 사상가의 주장과 뚜렷하게 대조되지요. 일반인들은 약간의 재물을 보시할 때도 주저하는데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시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부처님은 병든 비구를 돌보는 사람 중에서 숲피야가 최고라고 칭송하였습니다. 숲피야는 전생에 병든 스님을 돌보겠다는 서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숲피야는 과거 파두뭇타라(Padumuttara) 부처님 시대에 한 번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다가 어떤 여자 재가신자가 병든 비구를 열심히 돌보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숲피야는 미래세에 그러한 제자가 되고자 하는 대원(大願)을 세우게 되었어요. 그녀는 부처님께 큰 공양을 올리고 내세에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기원했고, 부처님으로부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수기(授記)를 받게 되었습니다.

 

안양규_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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