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업무 열심히 배워
​​​​​​​소외계층 위해 회향할래요!”

최근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가 위치한 단양군은 2022년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군 전체 인구 2만 8,000여 명 중 약 33%를 넘는 9,350명에 달한다. 노령 인구의 비율이 타지역보다 높다 보니 노인복지의 필요성도 높다. 2016년 단양노인복지관에 입사해 단양 군내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돕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복지서비스 대상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혜정(29) 기획홍보팀장을 만나봤다.

단양노인복지관 7년 째 근무

박혜정 팀장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서 삼 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구인사와 가까운 영춘에 자리를 잡은 것은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와 증조할머니의 인연 덕분이다. 증조할머니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었는데, 어렸을 때 대조사님과 한 마을에서 살았다. 이후 대조사님께서 영춘면 백자리에 터를 잡자 증조할머니와 가족도 영춘 백자리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구인사가 창건되자 증조할머니를 비롯해 할머니·아버지·박 팀장 등 가족이 모두 자연스럽게 신심 돈독한 천태불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신행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 팀장과 두 동생은 어린 시절부터 기도하러 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구인사를 다녔다. 이후 삼 남매는 구인사 어린이법회에 참석해 친구도 사귀면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을 잡고 구인사에 다니곤 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구인사에서 며칠씩 기도를 하니 심심한 저는 울면서 집에 내려가곤 했죠. 그리고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다시 울면서 구인사에 가는 걸 반복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법회에 열심히 참석했는데,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잘 가지 못하게 됐어요. 지금은 업무에 지치거나,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마다 구인사를 찾곤 해요.”

박혜정 팀장은 두 동생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어린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일찍이 장래희망도 어린이집 교사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봉사에 관심이 생겨 봉사동아리에 가입했고, 당시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주로 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의 학습지도나 프로그램 업무보조 역할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복지’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게 되었다.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분야 중에 아동복지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그래서 동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012학번으로 입학했고, 대학 시절에도 봉사동아리 ‘굿네이버스’에 들어가 아동권리실현을 위한 캠페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16년 2월, 아버지가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 채용공고 소식을 알려줬다.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입사 지원을 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첫 단추가 잘 끼워지려는지 면접일인 3월 9일은 마침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일선물로 이곳에 꼭 취업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기도했고, 결과는 최종합격이었다. 그 후 7년째 단양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모님께 처음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복지사가 된 후에도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죠. 그러다 최근 부모님이 주변에 복지사인 딸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신다는 걸 알게됐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뿌듯함과 동시에 제 일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키오스크 교육 기억 남아

단양노인복지관(관장 최은하)은 2007년 5월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으로 개관했다. 그 후 단양지역 어르신 및 장애인의 복지향상에 힘쓰다가 2018년 1월 단양노인복지관(충북 단양군 단양읍 별곡1로 17)으로 분리돼 같은 해 3월 정식 개관했다. 복지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회의실·물리치료실·식당·서예실·사무실·상담실·프로그램실·체육실 등을 갖추고 있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취미여가프로그램 △디지털정보화교육 △노인일자리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 팀장이 맡고 있는 업무는 기관 홍보를 비롯해 자원봉사자 관리와 디지털정보화교육이다. 먼저 기관 홍보업무는 홈페이지·관내 게시판 관리, 행사 보도자료 작성, 지역 행사 시 홍보부스 운영, 복지관 소식지 제작 및 발행·배포 등이다. 또 다른 업무인 자원봉사자 관리는 안내데스크·경로식당·물리치료실 등 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분야의 봉사자를 발굴해 교육하고 관리하는 업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정보화교육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스마트폰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키오스크 교육 참여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태블릿 PC로 연습을 하고, 인근 카페나 음식점 등에 가서 직접 키오스크를 통한 실습까지 진행한다. 특히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 교육은 2020년 박 팀장이 직접 기획한 사업으로 단양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어르신 대상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박 팀장은 지역 뉴스에도 출연했고,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도 했다.

“어느 날 출근을 하려고 버스터미널에 갔는데, 마침 터미널 직원이 자리를 비워서 키오스크로 표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한 어르신이 차표를 못 끊으셔서 쩔쩔매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도 이런 일을 겪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디지털정보화교육이었죠. 교육을 받은 어르신 모두 저한테 ‘이제 기계로 하는 게 무섭지 않다. 잘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세요.”

디지털정보화교육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폰 교육은 관내 고등학교와 연계해 어르신과 학생 간 1:1 매칭을 통해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활용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박 팀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단양군수 표창(2018)·단양군의회의장 표창(2019)을 각각 수상했다.

“자신 위한 힐링시간 필요해요”

박혜정 팀장은 앞으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동안 취득하지 못한 자격증을 취득해 더 많은 복지서비스 대상자를 도울 계획이다. 앞으로 다양한 복지분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복지사’의 입장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항상 고민하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복지사는 사람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취미활동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자신을 보살펴 주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복지 분야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이 복지사를 무시하는 일이 적지않게 발생하기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도 실망하지 말고, 그 사건에 너무 연연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복지사는 한글·엑셀 등 문서업무가 많기 때문에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활용능력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복지분야와 관련해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것들을 나누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 교육을 받은 어르신이 배운 내용을 자기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주변 다른 어르신에게도 적극 알려 복지 포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무슨 일을 부탁하거나 맡길 때, 자신에게 어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을 먼저 찾게 되잖아요. 앞으로 저 자신을 더욱 발전시켜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르신만이 아니라 아동·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제가 배운 업무를 더 많이 회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최은하 관장에게 “박혜정 팀장은 어떤 복지사인가?” 넌지시 물었다. 최 관장은 “박 팀장은 야무지고, 따뜻함이 있다. 맡은 업무를 잘 진행하고, 추진력과 기획력도 좋아서 항상 칭찬하고 싶은 복지사”라고 귀띔했다.

아직은 복지관의 막내 직원인 박혜정 팀장. 앞으로 후배가 들어온다면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복지관 업무가 얼마나 즐겁고 보람된 일인지를 잘 느낄 수 있게 이끌어 주겠다며 웃음 지었다. 그녀의 열정과 에너지가 오랫동안 변함없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박혜정 팀장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박혜정 팀장은 “앞으로 어르신만이 아니라 아동·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배운 업무를 더 많이 회향하고싶다.”고 말했다.
박혜정 팀장은 “앞으로 어르신만이 아니라 아동·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배운 업무를 더 많이 회향하고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시절 박혜정 팀장(아래에서 위로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주황색 옷)이 구인사 관성당에서 열린 생일잔치및 졸업축하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박혜정 팀장(아래에서 위로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주황색 옷)이 구인사 관성당에서 열린 생일잔치및 졸업축하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디지털정보화교육 현장실습으로 단양다누리아쿠아리움에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이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디지털정보화교육 현장실습으로 단양다누리아쿠아리움에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이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가족기능지원사업 일환인 가족사진 촬영에 참여한 어르신과 어르신의 가족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가족기능지원사업 일환인 가족사진 촬영에 참여한 어르신과 어르신의 가족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후원자의 날을 기념해 단양 시장약국에 후원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박혜정 팀장이 후원자의 날을 기념해 단양 시장약국에 후원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단양노인복지관은 박혜정 팀장을 비롯해 직원들의 헌신으로 2020년 사회복지자원봉사 우수 관리센터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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