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지는가 싶더니 단오(端午)를 맞게 되고 곧이어 하지(夏至)가 다가서고 있습니다. 6월 절기들은 새로운 변화와 뜨거운 열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6월에는 우리 국가와 민족이 시련과 변화를 겪은 역사적 사건의 기념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충정을 기리는 현충일과 시대적 변화를 이끌었던 6·10민주화항쟁 기념일, 그리고 72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한 6·25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기념일을 맞아 불교와 국가의 역사적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종단의 중창조이신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도 애국·생활·대중불교라는 삼대지표를 통해 중생고(衆生苦)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과 운명을 같이 해온 불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불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현명하게 헤쳐 나갈 지혜의 방편을 제시하였으며, 백성들이 도탄과 고통의 삶을 살 때 불보살의 위신력에 의지해 안락한 삶을 살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때문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호국불교는 불교신앙으로 국가를 보전·보호한다는 이념입니다. 즉, 불교는 교법(敎法)으로 난리와 외세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사상을 품고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호국불교를 강조하는 대표적 경전은 〈불설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입니다. 이 경전의 ‘호국품’ 제5에는 부처님께서 파사익왕에게 호국하는 방법을 가르쳐 반야바라밀을 수지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또 〈금광명최승왕경〉과 반야계 경전, 그리고 밀교계 문헌에서도 호국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왕호국반야경〉과 〈금광명최승왕경〉에서는 7난(七難)을 이야기하는데 이를 소멸하기 위해 큰스님들을 초청해 법석을 여는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가 국왕들에 의해 봉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은 호국불교의 실천을 내세우셨으며, 이를 ‘애국불교’로 연결시키셨습니다. 애국불교는 국가적 차원에서 실행했던 ‘호국안민(護國安民)’이란 과거불교에서 나아가 현대에 맞는 새로운 실천적 불교를 의미합니다. 부처님을 믿는 모든 사람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노력하여, 우리가 사는 이 국토를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는 중생을 수용하는 터전으로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엄하고, 여기서 살아가는 중생들이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애국불교의 정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부처님오신날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통해 “한국 불교는 늘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국난극복을 위해 앞장서 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불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약해 온 호국불교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세계인류의 공동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기후문제를 비롯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남북평화를 기저로 한 공동번영과 상생의 미래, 나아가 평화통일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 등이 놓여있습니다. 또한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이뤄나가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입니다. 국민적 통합과 화해의 길을 여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애국불교는 이같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소중한 가치이며 실천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천태지자 대사께서 남조불교와 북조불교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천태교학을 널리 설파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대각국사께서 선교양종의 대립이 심해지며 불교의 폐단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천태종을 개창한 것은 통합과 화해의 역사를 연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게 평가됩니다.

호국불교의 이념이 중생구제에 있듯이 애국불교의 역할도 이 시대와 지역에 당면한 여러 가지 과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불교의 본질이 중생의 해탈에 있다면 중생이 해탈을 이룰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는 역할이 호국입니다. 이를 토대로 시대와 지역에 당면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실천운동이 곧 애국불교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천태종도들은 종단의 삼대지표의 하나인 애국불교와 삼대강령을 가슴에 새기고 자아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