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 전공자의 불교 강의
지지엔즈 저, 김진무·류화송 역/불광출판사/18,000원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둘의 유사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금껏 많은 철학자와 불교학자들은 이를 주제로 탐구했다. 서양 철학을 전공한 대만 화판대학 철학과 지지엔즈 교수가 펴낸 〈철학자의 불교 공부노트〉는 종교로서의 불교,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지극히 철학자의 관점에서 불교 교리와 수행의 면모를 살펴, 강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불교와 철학의 유사점은 기존 지식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잘못을 찾아내는 방법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즉, 불교와 철학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온힘을 다해 찾아내 없애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잘못된 지식에 빠져 있는 상태를 ‘무명(無明)’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정견(正見)’을 제시한다. 그리고 깊고 근본적인 사유를 통해 불안정과 불확실을 찾아가고, 아예 텅 빈 것임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기존 관념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상편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사색(思索)’과 하편 ‘이고득락의 수행’으로 구성돼 있다. 상편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번뇌인 탐·진·치 삼독(三毒) 등 불교 교리를, 하편에서는 좌선·정념·염불 등 수행에 관해 다뤘다. 이 내용으로 보면 불교 입문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저자는 철학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논리적 사고와 정의를 내리는 방법을 활용해 불교를 설명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불교입문서와는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칼 포퍼의 반증주의,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하이데거의 현상학 유가(儒家)의 중용지도, 장자의 대자재(大自在), 송(宋)의 명리학 등 동·서양 철학사상을 통해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보다 깊이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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