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문법전 〈경국대전〉 등 10건 보물 지정 예고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사진 일괄=문화재청)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사진 일괄=문화재청)

고려 후기의 유일한 금동약사불상인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靑陽 長谷寺 金銅藥師如來坐像)’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고려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을 최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또 조선왕조의 법전 경국대전과 정조(正祖)의 한글편지, 천문도로 만들어진 신구법천문도 병풍(新舊法天文圖 屛風)’, 안중근 의사 유묵 등 조선~근대기에 이르는 전적 및 회화, 서예작품 등 총 10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국보 지정 예고된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1963년 보물로 지정돼, 단아하고 정제된 당시 조각 경향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발원문에는 1346(고려 충목왕 2)이라는 정확한 제작시기가 있어 고려 후기 불상 연구의 기준 연대를 제시해주고 있다.

고려 후기 불상조각 중 약합(藥盒)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 비례감이 알맞은 신체, 섬세한 의복의 장식 표현 등 14세기 불상조각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조각 기법적 측면에서 장곡사 불상이 지닌 예술적 가치 외에 조성발원문은 역사·학술적 가치를 높여주는 자료로서 주목된다. 가로 10m가 조금 넘는 긴 발원문에는 약 1,117명에 달하는 시주자와 발원자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이는 고려 시대 단일 복장발원문으로서는 가장 많은 인명을 담고 있다.

특히 발원문을 지은 백운(白雲) 스님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자 직지로 잘 알려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1377)을 편찬한 백운 경한(白雲景閑, 12981374)과 동일인물로 추정되고 있어, 그의 행적을 밝힐 수 있는 또 다른 자료로서 의미가 깊다.

장곡사 불상 제작에는 왕전(王顓, 후에 공민왕) 등 왕족을 비롯해 군부인(郡夫人), 무관(武官), 일반 백성 등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몽골침탈기라는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무병장수, 전쟁 중에 죽은 친족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 중에는 공민왕의 몽고식 이름인 바얀테무르[伯顔帖木兒]를 비롯해 금타이지[金朶兒只], 도르지[都兒赤]처럼 몽고식 이름이 눈에 띠는데, 이는 역사기록 속에서 찾을 수 없는 14세기 중엽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외에도 조선왕조의 기틀을 담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으로는 총 3종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경국대전 권1~2(삼성출판박물관 소장), 경국대전 권13(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경국대전 권46(수원화성박물관 소장)이 그것이다. 이번 예고 대상은 현존하는 경국대전 판본 중 인쇄 시기가 앞서고 내용·서지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자료이다.

신구법천문도 병풍(新舊法天文圖 屛風)’은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그려진 천문도(구법천문도)와 서양에서부터 도입된 새로운 천문도(신법천문도)를 좌우로 배치해 구성한 것으로, 비단에 채색으로 그려 8폭 병풍으로 제작한 별자리 그림이다. 19세기 후반 서양에서 수입한 합성안료인 짙은 초록색의 양록(洋綠, 에메랄드 그린)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제작시기 역시 이 시기 즈음으로 추정된다.

정조어필 한글편지첩(正祖御筆 한글簡札帖)’은 정조(正祖, 17521800)가 원손시절부터 세손시절(1759), 재위시절(17761800)에 걸쳐 외숙모 여흥민씨에게 한글로 쓴 편지 14통을 모은 편지첩이다. 원손시절에 쓴 편지와 예찰(睿札, 왕세자 시절 쓴 편지어찰(御札, 보위에 오른 후 쓴 편지)에 이르는 글씨 등 시기를 달리해 50여 년에 이르는 정조의 한글서체 변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보물 지정예고 대상에는 안중근 의사 유묵 5점이 포함됐다. 이 유묵들은 안중근 의사(安重根義士, 18791910)가 중국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 전인 19103월에 쓴 것으로, 화면 왼쪽 아래 경술삼월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이 쓰다(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문구와 안 의사의 손도장이 있다.

문화재청은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과 경국대전11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원문 후반부의 백운화상(白雲和尙) 서명 부분.
발원문 후반부의 백운화상(白雲和尙) 서명 부분.
신구법천문도 병풍.
신구법천문도 병풍.
안중근의사 유묵 - 일통청화공.
안중근의사 유묵 - 일통청화공.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