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장엄된 관불단 의식 지켜보면 뿌듯해져요!”

삼광사 원회 회원들이 지관전에 설치할 관불단 꽃 장엄을 시연하고 있다.
삼광사 원회 회원들이 지관전에 설치할 관불단 꽃 장엄을 시연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전 세계 모든 사찰에서 관불(灌佛)의식을 봉행한다. 관불의식은 각양각색의 꽃으로 장엄한 관불단에 모신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불교의례다. 〈불설불요경(佛說普曜經)〉 ‘욕생시삼십이서품(欲生時三十二瑞品)’에는 아기부처님 목욕[관불]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제석천과 범왕이 홀연히 내려와 여러 이름 있는 향수로 보살을 목욕시켰고, 아홉 용은 위에서 향수를 내리며 성인을 목욕시켰다. 목욕을 마치니 몸과 마음이 깨끗하여서 … 탄생함이 바르고 참된 보배와 같았고 신기한 모습과 여러 가지 좋음이 법의 바퀴를 굴림에 알맞았으며 ….

불교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부처님오신날에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관불단에 모셔진 아기부처님에 감로수(甘露水)를 부으며 목욕시키는 의식을 한다.

관불단 장엄은 사찰의 행사 때 꽃 공양을 올리는 신행단체에서 맡아서 한다. 대부분의 사찰에는 꽃 공양을 담당하는 봉사단체가 있다. 부산 삼광사에도 각종 행사 때마다 꽃 공양을 담당하는 원회(圓會)가 있다. 1974년 창립한 원회는 천태종 부산지역 최초의 신행단체다.

삼광사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봉행한 점등대법회 전날인 4월 14일, 원회의 주요 회원들은 관불단 꽃 장엄을 미리 점검하는 차원에서 약식으로 관불단 꽃 장엄을 시연했다. 점등대법회는 부처님오신날 3주 전쯤에 봉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여서 원회 회원들의 마음도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14일 오후 삼광사 신도회 간부와 직원들은 도량을 가득 메운 연등에 불자들의 소구소원을 담은 등꼬리표를 다느라 여념이 없었다. 옆에 서서 이를 지켜보는 불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연등을 바라보며 합장한 채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15~50년 경력 갖춰

경내 연등 터널을 지나 종각 뒤편의 길을 따라 가면 여러 신행단체들의 사무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원회 회원들의 휴식처이자 꽃꽂이 작업실이 있다. 원회 방으로 들어서자 희끗한 머리의 김귀향(여, 76) 불자 등 70~80대 회원 몇몇이 벽에 몸을 기댄 채, 자신들보다 젊은 60대 회원들이 관불단 꽃 장엄을 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전희숙(여, 63) 회장과 이용화(여, 65) 전 회장 등 네 명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꽃 장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꽃 장엄에는 많은 이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날은 약식으로 시연하는 관불단 꽃 장엄이지만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보였다. 마음은 바쁘고, 일손은 부족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꽃 장엄에도 업무 분장이 돼 있었다. 꽃을 다듬는 일도, 꽂는 일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회원들은 각자가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었고, 시작한지 약 2시간만에 완성했다. 완성한 뒤에도 지저분하거나 상한 꽃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회원들의 눈빛이 매서웠다.

현재 회원 중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김귀향 불자는 50여 년 전 부산 광명사에서 꽃을 꽂는 불자를 도와주다가 처음 꽃꽂이를 접했다. 삼광사가 창건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삼광사 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늘은 후배들이 하는 걸 봐주느라 꽃을 꽂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함께 꽂는다.”며 “부처님오신날 관불단 꽃 장엄에는 매년 참여하고 있고, 올해도 회원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꽃으로 관불단을 장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처님오신날 준비에는 많은 분이 동참하지만, 원회 회원들도 정성을 다해 관불단 꽃 장엄에 최선을 다한다.”며 “수십 년 간 변함없이 관불단 장엄을 비롯해 꽃 공양을 올린 공덕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집안이 편안하다. 스스로 사찰에 와서 꽃 공양을 올리는 일에 동참하기에 마음이 늘 흐뭇하다.”고 말했다.

삼광사 원회는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회원들의 관불단 꽃 장엄 역사도 길다. 한때 회원이 200~300명에 달한 적도 있었지만, 자연스레 감소하는 회원이 늘고 신입회원은 거의 없다보니 인원은 점점 줄고 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재는 회원이 70여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월 꽃 공양금을 내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며, 꽃 장엄에 참여하는 회원은 10여명 안팎이다. 이들이 원회의 핵심 회원들이다. 그 중 김귀향 불자는 맏언니뻘로, 원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희숙 회장과 두 차례 회장을 역임한 이용화 전 회장이 회원들과 함께 원회를 이끌고 있다.

대웅보전·지관전 두 곳 설치

원회는 매월 법회 때마다 대웅보전과 지관전 불단에 꽃 장엄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오신날 아기부처님 관불단을 장엄하는 일은 이들에겐 더욱 긴장되고 경건한 ‘불사’와 다름없다. 부처님오신날 당일 대웅보전 앞에는 길이 2.5m, 너비 1.3m 가량의 관불단을, 지관전 내부에는 가로 1m 가량의 관불단을 설치한다. 관불단을 꾸미는데 필요한 꽃값은 지난해 기준으로 400~500만 원, 플로랄폼은 80여 개가 쓰인다. 이 중 대부분이 대웅보전 앞 관불단 꽃 장엄에 쓰인다. 관불단 꽃 장엄은 10여 명의 회원이 동원돼 재료 준비시간을 빼고도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2~3명은 고정적으로 붙어 있어야 하기에 고된 노동과 다름없지만, 회원들은 굳건한 신심으로 이겨내고 있다.

올해는 꽃값이 크게 올라 회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원회 회비와 법회 때 꽃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예전에는 가끔 사찰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지만, 15년 전부터는 자체 경비로 부담한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상황이 어려운 것도 걱정거리다.

이날 원회에서 시연한 관불단 꽃 장엄은 지관전 내에 설치하는 크기와 동일하다. 원회에서 꽃을 꽂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다보니 위계질서가 강해 경력과 연배가 많은 순으로 꽃을 꽂을 수 있다고 한다.

신입회원 있어야 꽃 장엄 유지

35년 째 삼광사 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용화 전 회장은 “원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부처님 전에 꽃 공양을 올리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초보자들은 꽃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다음에 기회가 오면 부처님 전에 꽃을 꽂아 봐야겠다.’는 소망을 안고 사찰 밖에서 꽃꽂이를 배웠다. 부처님오신날에는 꽃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관불단에 꽃을 꽂았는데, 공경의 마음으로 꽃 공양을 올릴 때 환희심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원회를 이끌고 있는 전희숙 회장은 부모님이 삼광사 신도였고, 특히 어머니는 꽃 공양 회비를 내는 회원이었다. 전 회장은 어머니와 함께 부처님오신날 등 특정한 날에만 사찰에 다녔다.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삼광사 원회에 가입했고, 원회 간부를 맡다가 올해 회장을 맡아 원회를 이끌고 있다.

전 회장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모든 불자가 경건한 마음으로 봉축을 준비한다. 특히 생화(生花)를 다루는 원회 회원들은 봉축 행사가 끝날 때까지 꽃이 시들지 않도록 물을 뿌려주는 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에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온갖 꽃으로 장엄해 놓은 관불단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관불의식을 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신심이 절로 난다. 나의 노고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원회의 역할은 부처님오신날 관불단 꽃 장엄을 비롯해 법회나 행사 때 꽃 공양을 올리는 것이기에, 회원들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점점 회원은 줄고 있고, 신입 회원은 들어오지 않아 임원들의 고민이 깊다. 꽃꽂이 강좌를 개설해 신입 회원 모집에도 나서봤지만, 젊은 층은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원회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단다.

원회 회원들은 “재료비 등 비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지만, 꽃꽂이 수업이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원회가 명백을 이어갈 수 있고, 부처님오신날 관불단 꽃 공양도 우리 불자들의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관불단 꽃 장엄을 마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원회 회원ㄷ,ㄹ.
관불단 꽃 장엄을 마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원회 회원들.
2021년 부처님오신날 삼광사 대웅보전 앞에 설치한 관불단.
2021년 부처님오신날 삼광사 대웅보전 앞에 설치한 관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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