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
세계 평화 염원하는
​​​​​​​지혜 등불로 회향되길

남도에서 시작된 봄꽃 축제와 함께 불어온 봄바람으로 심신에 잠시나마 생기가 도는 듯하다. 이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도 머지않아 끝날 것 같다. 우리사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에 활기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상춘객의 나들이가 이어지고 있고, 여행업계의 움직임도 상당히 분주하다.

아직 일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결합에 의한 재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준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생존불안 등으로 인해 억눌렸던 긴장이 다소 풀린 듯하다. 아직 방심은 금물이지만,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동안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족모임도 여러모로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가족과의 따뜻한 만남을 통해 서로 못 다한 정을 나누고, 새삼 생명의 소중함과 자신의 뿌리를 되새겨 봄직하다.

5월 8일은 불교의 최대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는 부처님오신날이 어버이날과 겹쳐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이 세상 모든 중생의 고통을 아파하여 모두 제도하고자 하는 부처님의 대자비와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어버이의 큰사랑은 상통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가장 강렬하고 큰사랑은 결코 판단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오직 줄 뿐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소됐던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가 전국에서 성대하게 봉행될 예정이다. 사실 연등행사는 신라시대에 풍년을 기원하고 국가발전을 발원하던 예술제 성격의 연등회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연등회가 고려시대에는 궁중의 팔관회와 더불어 국가 차원의 불교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는 국가무형문화재로 국내적인 행사였는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의미가 한층 커졌다. 연등은 중생의 어리석음, 즉 연기의 이치를 모르는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등(燈)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등공양은 부처님의 지혜로 번뇌와 무지의 어두움을 밝게 비추는 것을 나타낸다.

등공양의 대표적인 사례는 ‘빈자의 일등’이라는 일화에서 엿볼 수 있다. 즉 〈현우경〉 ‘빈녀난타품’에는 ‘밤이 깊어가면서 하나 둘 꺼져가는 크고 화려한 등불과는 달리 가난한 여인 ‘난타’의 깊은 신심과 지극한 정성으로 밝힌 작은 등불만이 꺼지지 않고 밝게 빛났다. 이를 지켜본 부처님께서 이 여인은 장차 등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라고 수기하였다.’고 한다.

요컨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전 세계인들에게 인류문명의 발자취와 전 지구적 상황이 총체적 난국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부처님오신날의 연등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오래도록 지쳐있는 온 국민들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는 상생의 미덕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지혜의 등불로 널리 회향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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