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6년 부처님오신날이 밝았다. 부처님은 어둠 속에서 헤매는 중생들에게 광명의 빛, 자비의 빛을 비춰주기 위해 사바세계에 오셨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상대에 대한 비난과 갈등, 약육강식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오탁악세를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가르침이 말끔히 씻어내 주길 다 함께 염원하자.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는 3년 만에 제대로 치러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연등회를 취소한데 이어 봉축법요식은 한 달 연기해 치렀다. 지난해 역시 연등회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처음 맞는 행사였음에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고자 서울 우정국로와 인사동 일원에서 약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 올해는 확진자의 감소세로 인한 방역지침 완화로 시민들이 대거 연등회에 동참할 수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오프라인 봉축법요식도 봉행할 수 있게 돼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우리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신 참뜻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하늘 위 아래 내가 가장 높다. 세계가 고통받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라는 탄생게를 통해 ‘생명의 존엄’과 ‘절대 평등’의 가르침을 배우곤 한다. 이 가르침을 달리 표현하면 ‘상생’과 ‘공존’이 될 것이다.

2,700여 년 전 부처님은 우리에게 상생과 공존이 세상을 살아가는 으뜸의 지혜임을 강조하셨다. 하지만 중생들은 그 가르침을 너무도 가벼이 여겨왔다.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포성이 멈추지 않고, 미국에서는 매년 무차별 총기 난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다종교·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혐오와 증오, 배척과 멸시, 갈등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결국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自他不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사에서 “상생과 공존의 연등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무원 총무원장은 “세상은 병고와 경제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보다 큰 용기로 내일을 희망하고, 보다 넓은 자비로 이웃을 보살피며 자비실천에 힘쓰면 매사가 순조롭고 만사에 복덕이 깃들 것”이라면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이웃과 소통하며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의 시대를 열어 가자.”고 불자들에게 당부했다.

생명의 존엄과 절대 평등에서 출발하는 상생과 공존은 우리 사회에 높게 쌓여있는 불신의 벽을 허물게 하고, 국가 간의 분쟁마저도 소멸시킬 수 있는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이다. 반면 탐욕과 불신은 총과 칼을 들게 하고,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낳을 뿐이다. 혐오와 배척·갈등은 메마른 세상을 더욱 척박하게 만든다. 이런 분란과 갈등은 인류에게 커다란 상처만 남길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는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이다. 코로나19란 위기극복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의 벽, 갈등의 벽마저 넘어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은 물론 주변 이웃들까지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의지하며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기쁨이 전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희망의 울림으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기2566년 부처님오신날은 모든 불자가 평등과 평화를 가슴에 새기고 상생과 공존의 시대를 여는 날이어야 한다. 상생과 공존이란 화두를 가슴에 새기며,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뭇 생명의 건강과 평화를 지켜주길 다같이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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