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칼럼(296호)

세계인류는 현재 포용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뉴욕 지하철 총기 난사 사건 등 인류가 여전히 갈등과 증오를 내세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이다. 실제로 남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행위는 증오와 적개심을 키울 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것’만을 고집한다면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기란 난망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종교·다문화가정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종교와 문화의 다름으로 인해 분쟁과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에도 이웃종교의 일부 광신교도들이 봉축법요식을 방해하는 집회를 갖는 등 갈등이 있었다. 또한 다문화가정이 겪고 있는 배척과 멸시도 여전히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10년 전 38만 6,000여 가구였으나 지금은 이의 배에 이른다고 하니 해마다 증가폭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포용과 통합의 정신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다문화’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서로 다른 문화와 의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와 언어,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조롱하고 배척한다면 온당한 포용은 이루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을 이룬 부부 사이에서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혼란, 육아 및 자녀교육에서 겪는 곤란, 부부 갈등 등이 극복하기 어려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국가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 시행령’ 등 관련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소납은 지난 4월 9일 천태종 총무원장에 취임하면서 ‘공동체 문화의 복원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사부대중에게 공언한 바 있다. 공동체 문화는 바로 다름에서 오는 편견과 갈등, 대립과 분쟁의 소지를 없애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기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부처님 정신과도 밀접하게 닿아 있다. 따라서 소납은 일선 사찰의 주지를 지내면서 다문화가정을 상대로 문화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 지역사회의 안녕과 건강한 사회문화를 창출하는데 노력해왔다. 이것이 곧 부처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포용을 취함에 있어서 분별이 없어야 한다고 설파하셨다. 즉 서로 다름에 대한 분별을 깨뜨려야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예로 산하대지(山河大地)를 비유로 삼으셨다.

“대지는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똥과 오줌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깨끗하다, 더럽다는 분별이 없다. 수행하는 사람도 대지와 같이 해야 하리라. 나쁜 것을 받거나 좋은 것을 받더라도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분별을 내지 말고 오직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대해야 한다.” 〈증일아함경〉

부처님께서 출가해 이루어진 승가는 이와 같은 마음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다. 신분과 계급,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고 오로지 평등한 승가공동체를 구현했다. 공동체 정신은 다툼이 있을 때 포용으로 극복했다. 승가의 얼굴은 늘 평화롭고 자애로운 빛을 띠게 됐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공동체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이유도 인류의 평화와 행복한 삶을 원해서이다. 우리 불자들이 앞장 서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열어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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