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중심으로 유교 ‘논어’ 분석
​​​​​​​지욱 스님 저·김승만 역주/민족사/48,000원

민족사 학술총서 제74번째 책 〈지욱 선사의 논어 해석〉이 출간됐다.

책은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때의 고승 우익 지욱(藕益 智旭, 1599~1655) 선사가 승려로서는 최초로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를 주석한 〈논어점정(論語點睛)〉을 교육가 강겸(江謙, 1876~1942)이 보주(補注, 주석의 부족한 점을 보충함)한 〈논어점정보주〉 전편을 역주(譯注)한 책이다.

지욱 선사는 불교적 사유의 기반 위에서 유교 경전과 도교 경전을 체계적으로 주석하고, 유교와 불교의 사상적 융화의 논리를 깊이 있게 제시했다. 선사의 이런 작업은 불교적 사유의 기반 위에서 유교 경전의 가르침을 전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포용론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책 〈지욱 선사의 논어 해석〉은 역주자의 박사학위 논문 〈논어점정보주〉 역주를 토대로 기존 번역문을 가다듬고, 연보와 주석의 내용을 보충해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역주를 맡은 김승만 씨는 “책의 출간을 계기로 한국에서 동아시아 불교 사상사 및 동아시아 유학사에 있어 유·불 교섭과 회통이 지닌 사상사적 의의가 널리 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욱 선사는 명말청초 때 인물로 운서 주굉·자백 진가·감산 덕청 스님 등과 함께 명대 4대고승으로 추앙받는다. 어릴 때 유가의 경서를 읽고 불교와 도교를 멸할 것을 서원했으나, 17세 때 주굉이 지은 〈자지록서(自知錄序)〉와 〈죽창수필(竹窓隨筆)〉을 읽고 감화돼 불교에 입문했다. 지욱 선사는 일생에 걸쳐 계율에 기초한 참선과 아울러 염불과 참회수행을 병행하면서 방대한 저술활동을 했는데, 다양한 경론의 주석을 쓰면서 여러 학설의 상이점을 서로 융통시키고자 했다. 또한 유교의 사서삼경을 불교적 안목으로 주석했을 뿐만 아니라 화엄·유식·천태 등 고도의 교학 체계와 선적 체험을 바탕으로 〈주역선해〉를 지었다. 57세가 되던 1655년 정월 병이 나 가부좌한 채로 서방을 향해 손을 들고 입적했다. 저서로는 경전 연구의 안내서인 〈열장지진〉 44권을 비롯해 〈아미타경요해〉, 〈능가경의소〉, 〈능엄경현의·문구〉, 〈법화경회의〉, 〈금강경파공론〉, 〈범망경합주〉, 〈대승기신론열망소〉, 〈성유식론관심법요〉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으며, 문집으로는 〈영봉종론〉 38권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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