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티베트 수행법 ‘도차제’의 뿌리
아띠쌰 지음·중암 선혜 역해/불광출판사/25,000원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은 티베트 불교를 다시 중흥시키고자 노력한 장춥외 법왕의 요청으로 인도의 아띠쌰 스님(Atīśa, 982~1054)이 저술한 책이다. 총 68개의 게송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후기 인도불교 사상을 비롯해 현교(顯敎)·밀교(密敎) 등의 가르침이 담겼다. 30여년간 네팔에 머물며 수행과 경론 번역에 매진해온 중암 스님이 〈보리도등론〉의 티베트 판본을 비교·대조해 오류를 바로잡고, 주석을 달아 쉽게 풀이한 책을 출간했다.

〈보리도등론〉에서는 수행자의 근기를 작은 사람[下士]·중간 사람[中士]·큰 사람[上士]으로 구분하고, 각자의 위치에 맞는 수행을 통해 점차 높은 단계로 나아가 궁극적으로 열반에 이르도록 이끄는 수행법을 제시한다. 이는 티베트 불교의 수행체계인 ‘도차제(道次第)’의 토대가 됐으며, 〈보리도등론〉은 종파를 막론하고 반드시 읽어야하는 티베트 불교 대표 수행서로 자리매김했다.

〈보리도등론〉은 저술의 동기를 밝힌 제1송과 아띠쌰 스님의 발원이 담긴 제68송을 제외하면 크게 7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장마다 △보살이 지켜야 할 계율과 의식 △오바라밀과 반야를 함께 수행해야 하는 이유 등이 담겨있다. 다양한 가르침이 짧은 게송에 함축적으로 담겨있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보리도등론〉과 관련된 대표 주석서만 15종에 이른다.

역자 중암 스님은 〈보리도등론〉 원문 전체를 번역하고, 〈보리도등론석승소희연〉·〈보리도등론제호석〉 등 다양한 시기에 저술된 주석서 10여 종을 참고·인용해 상세하게 해설했다. 또 독자가 원전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각 용어에 대한 주석도 상세하게 달았다. 아울러 티베트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보리도등론〉의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저자 아띠쌰 스님의 티베트에서의 행적을 함께 소개했다.

중암 스님은 머리말에서 “〈보리도등론〉은 68게송으로 구성된 짧은 논서지만, 내적으로는 현밀(顯密) 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이 없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희유한 논서”라며 “근기에 맞춰 다양하게 설해진 불법의 길을 정확히 깨달아 자신에게 맞는 수행의 길로 나아가고, 한국에서 티베트 불교를 받아들이는 불자들에게 인도 중관학파에서 전승하는 법의 안목을 열어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중암 스님은 1975년 법흥사로 입산, 1991년 남인도 간댄사원 등지에서 티베트불교를 배웠다. 저서로 〈까말라씰라의 수습차제 연구〉〈밀교의 성불원리〉〈금강살타 백자진언 정화수행〉〈위대한 여성 붓다 아르야까라의 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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