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 책만드는 집 / 1만 원
3장 6구로 전하는 인생의 진실과 에너지

‘짧은 글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김영재 시인의 이 믿음은 종교보다 강하고 사랑보다 단단하다. 그는 이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 믿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이 믿음으로 살고자 ‘몸부림’ 친다. 그런 시인으로서의 김영재를 존재하게 하는 방편은 단시조다. 3장 6구의 정형시, 대략 45자(字)로 전하는 시적 메시지.

그의 근작시집 〈유목의 식사〉는 단시조 79편과 유성호(문학평론가) 교수의 해설을 담고 있다.

몽골초원과 바이칼 호수를 여행하며 얻은 감동과 북한산 일대를 오르내리며 만난 존재들에서 받은 삶의 에너지가 단시조로 정제되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인생론적 진실을 압축하고 거르고 다듬어서야 완성한 시편들은 ‘짧은 글’이지만 깊고 진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시인의 믿음이 독자의 가슴에 감동과 희열로 피어나는 것이다.

온 산에/불붙은 듯/진달래 붉은 잔치
숲 그늘/부처바위/눈 감고 앉아 있다
벌 나비/소란 떨어도/입도 귀도 다 닫고

- ‘묵언’

진달래 핀 이른 봄날, 산행길에서 만난 부처바위. 시인은 그 무한한 묵언이 주는 의미를 간결한 어구들로 전해준다. 시끄럽고 무질서한 중생계의 날들을 버티는 힘은 ‘입도 귀도 다 닫는 것’이다. 시인의 시안(詩眼)에 ‘시로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진실’이 포착됐을 때, 가장 간결한 말들의 짜임새로 그것을 전하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늘 고뇌하고 아파하고 갈망한다. 김영재 시인이 늘 등산화 신고 배낭 메고 다니는 것도 그 고뇌와 아픔과 갈망의 징표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유목의 식사〉에 담긴 시편들을 ‘그리움의 여백, 역동의 고요’라는 키워드로 풀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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