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나눔가치 일깨워준
<화엄경> 속 선지식인 같은
참 따뜻했던 분

얼마 전 언론에서 모 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참 따뜻한 분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그 따스함을 경험한 바 있다. 2011년 장애인문학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처음 뵙게 되었다. 회장님께서는 약속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배려가 깊으셨다. 내가 일하는 여의도로 오셨고, 그때 동석자는 직원이 아닌 사모님이었다. 발달장애인화가가 그린 엽서를 드리자 너무 예쁘다고 하시며 손녀에게 주겠다고 진심으로 좋아하셨다.

그 후 1년에 한 번씩 종교와 철학 저서를 쓴 작가들과 그룹의 한 연수원에서 저녁을 하며 저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길벗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시설 곳곳을 둘러보며 놀란 것은 모든 동선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것은 물론 장애인용 객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화장실이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샤워실도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호텔의 장애인 객실조차 휠체어로 이용하는데 불편이 많은 것과 비교하면 그 연수원의 장애인객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기업은 훌륭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포드자동차 윌리엄 클레이 이사장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이윤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 총수는 갑질이나 하고 대기업은 불법자금·탈세·배임 등의 사건으로 얼룩져 부정적인 인식이 배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인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기업마다 사회공헌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회사 조직으로 사회공헌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사업 내용이 너무나 형식적이어서 소외계층과 소통하며 그들이 필요한 것을 직접 지원해주는 현실적인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회장님은 어려운 분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며 변함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장애인 분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도 하셨다. 저렇게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데 우리 사회가 그분들을 제대로 대우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다며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회장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불교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손자를 보고 외할머니는 전생에 스님이었을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길벗모임에서는 각각 다른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인간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인지를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었는데 설사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회장님은 그 다양한 이야기들을 경청하며 각각 존중해주셨다. 이런 화합 정신이야말로 사회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이렇듯 상()을 내세우지 않고 늘 겸손하게 타인을 이롭게 하고, 조용히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실천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이 회장님은 기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나눔 가치를 일깨워준 화엄경에 나오는 선지식인(善知識人)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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