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나아가
자비희사·사무량심
실천하는 불자 돼야

아프리카 세네갈 농촌 지역에서 지금까지 7년여 동안 새마을 사업을 지도하고 있는 안덕종 박사가 어슬렁어슬렁 아프리카 7이라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코너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수십여 년 전에 사라진 새마을사업이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유효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세네갈의 궁벽진 농촌 아이들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상님들로부터 축적된 생존의 기술과 지혜를 바탕으로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것이 아프리카 사막 기후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소개되고, 지원이 시작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각자 생존에 급급했던 사람들은 상부상조하면서 함께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새마을사업단에서는 전문가를 파견하여 농사기술을 전수하고, 농기계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학교를 지어주고, 공원을 만들어 함께 쉬면서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100헥타르()가 넘는 황량했던 벌판에는 벼가 자라기 시작하고 1년에 이모작으로 큰 수확을 거두기 시작했다. 양파·땅콩·감자·수박·오이·가지 등 여러 가지 작물을 연구해 염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여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주민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강의 지류에서 수로를 파고, 워터펌프를 설치하여 농업용수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은 새마을사업단의 재정지원과 마을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진 공덕이었다.

농학박사의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버리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4개의 마을을 다니며 새마을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안종덕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비증보살(悲增菩薩)이다. 세네갈 주민들과 7년 가까이 함께 생활하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증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들 속에서 바라밀행을 실천하는 보살이고, 지증보살은 지혜로 중생을 일깨워주는 보살이다. 많은 사람을 제도하려면 교육과 계몽을 통해 중생을 구제하는 지증보살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직접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주저앉은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비증보살의 무량한 자비심도 필요하다.

세네갈에서 새마을사업을 전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많은 지도자들은 지혜와 자비를 동시에 갖춘 명실상부한 보살행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비록 <화엄경>에서 말하는 십지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환희심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며 지혜를 나누고 스스로 자립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진실로 보살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불자들도 사찰에서의 신행활동에 머물지 말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 곳곳으로 나아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을 실천할 때가 되었다. 그것이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보살행이며 불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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