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칠 동국대 교수 ‘문화사학’서 주장

통일신라시대 석굴암의 창건자 김대성이 실제 석굴암을 직접 조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연칠 동국대 교수는 최근 한국문화사학회 발간 학술지 《문화사학》 제27호에 게재한 논문 ‘석굴암 조형의 신연구’에서 “김대성(金大城·700~774)은 석굴암을 기획·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조각했으며 <삼국유사>에 조각가로서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김대성이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하고 감독했으며, 조각가는 별도로 존재했다고 보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손 교수는 “그간 학계에서는 일본인들이 처음 기술한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아 김대성의 창건과 기획, 감독만 부각한 채 조각가로서의 역할은 유령화됐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삼국유사> 제권5 ‘대성효이세부모조(大城孝二世父母條)’ 편에는 ‘불상을 많이 만들어(茂張像設且) 길러준 노고를 갚았다’, ‘대성이 석불을 조각하면서 큰 돌 하나를 다듬어(將彫石佛欲練一大石)…’ 등 조각가 역할이 드러나는 구절이 나온다. 그는 “이러한 기록을 살필 때 김대성은 다재다능한 예술혼과 독창적 창의력을 발휘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조각가, 종합 예술가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외에도 석굴암 전실(前室)에 조각된 팔부중상의 양식과 기법이 서로 다른 점도 김대성이 조각가란 근거라고 설명했다. 김대성이 주실과 돔을 완성하고 전실을 조각할 땐 일흔의 고령이 됐기에 기법의 차이가 발생했으며, 김대성 사망 후 다른 사람이 작업을 마무리해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김대성이 죽자 나라에서 완성했다’는 문헌상의 기록에 대해 “김대성 사후 공사가 중단될 정도라면 감독자의 부재가 아닌 조각가의 부재 때문에 진척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당대 각 분야에서 활약했던 미술가들이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상세히 기록됐으나 석굴암의 경우 김대성 외에 다른 조각가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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