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신행·포교 단체들도 동참
체계적 프로그램·홍보·교육 필요


 
▲ ◇구랍 9일 서울 봉은사 판전에서 경판 먼지를 털고있는 불자들.


구랍 9일 오후 서울 봉은사. 마스크와 장갑, 앞치마를 착용한 스님들과 신도 1백여 명이 붓과 마른 걸레 등 청소도구를 들고 대웅전과 판전(板殿), 사천왕상, 범종 앞에 섰다. 사찰 입구의 사천왕상에서부터 불상에 이르기까지 소제를 하기 위해서다. 뽀얗게 일어나는 먼지를 뒤집어써도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봉은사 내 9개 전각을 관리하는 자원봉사단체 전각부의 김태자 부장은 “3년 간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전각 청소에 참여하고 있지만 힘들지 않다”며 “우리가 문화재 보존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크고, 봉사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마음이 돼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평소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 정수연 학생(가명. 중학교 3학년)은 평소 시간 날 때마다 파라미타 카페를 틈틈이 방문해 글을 남긴다. 최근에는 문화재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문화재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는 내용의 방명록을 남겼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지킴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 기업체, 공공기관 등 사회 일단체가 문화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화재청이 2005년부터 시행한 ‘문화재 지킴이 운동’이 시초다. 1월 9일 현재 문화재청과 협약을 통해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맺은 단체는 KTF, (주)하이닉스반도체, 대한주택공사 등 25곳. 이외에도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모인 단체들은 관련 동호회, 커뮤니티, 친목 모임 등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화재청 1문화재1지킴이 홈페이지에 등록된 문화재 지킴이 카페만 총 269개에 달한다. 폐사지 지킴이 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NGO 단체인 문화복지연대(상임공동대표 김종엽)를 비롯해 재벌가 여성들이 주축이 된 문화재 지킴이 단체 ‘아름지기’, ‘예올’, ‘미래회’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문화재 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불교계 내에서도 각계각층에서 문화재지킴이를 자처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문화재보호 지킴이 범시민연대’가 발족했고, 원주 치악산 구룡사와 한국도로공사, 경북도와 대구·경북 지역의 조계종 5개 본사 주지가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사찰 내 봉사단체뿐만 아니라 불교계 환경·신행·포교 단체들도 이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채택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회장 도후 스님. 이하 파라미타)는 특히 활동이 돋보이는 단체. 12개 지역에 분포돼 있기에 불자 청소년들은 매년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 유적지 1곳을 지속적으로 가꿔나가는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문화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문화재 모니터 활동’, ‘우리역사 바로 알기 운동’ 등 문화재 애호에 앞장서고 있다.

호남불교문화원도 지난해 광주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대한불교진흥원과 공동으로 화순 운주사에서 제1회 불교문화 지킴이 행사를 개최해 이 지역 청소년들은 매달 1회씩 호남의 불교문화재 현장에서 문화재 활동을 펼쳤다. 이외에도 지역 신행단체인 해남불교청년회, 직장직능단체인 순천시청 공무원불자회 등이 지역 불교 문화재 보존을 위해 봉사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사찰생태연구소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6개월 교육과정의 사찰생태문화지킴이 자원활동가를 양성했는데,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여가 활동으로 노년을 즐기려는 어르신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대부분 사찰에서 포교·관리 등의 봉사를 하고 있어 문화재 봉사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 중·장년층이 많아 청소년에 비해 인터넷 활동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김정아 파라미타 팀장은 “문화재지킴이를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각 사찰마다 청년회 등 신행단체들을 활용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불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강임산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문화재지킴이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는 대체로 자체적인 인력과 예산,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 답사, 연구 등으로 체계화되고 불교계 내에서 광범위한 운동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계의 관심이 절실하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장은 “각 사찰에 있는 문화유산해설사는 사찰이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한 이들로 불교적 소양이 부족한 타종교인이 문화재를 설명하는 이 상황을 불교계는 인식·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계환 불교환경연대 조직팀장은 “문화재 관리를 잘못하면 몇 백 년 후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관련 교육과 동기 부여가 필요하고, 적극적 홍보, 봉사자들을 위한 상세한 자료 구비, 체계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 계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