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게 산이야 김치야!”

배추 4만포기, 무 3.2톤, 고춧가루 2.4톤
소금 3톤, 생강 220kg, 마늘 150접…


“1번에 배추 추가요~! 4번에 양념이요~!”

12월 11일부터 진행되는 천태종 재가불자 동안거(12월 11일 결제)를 보름여 앞둔 11월 23일. 구인사 대중공양간 앞은 대규모 김장공장을 방불케 했다. 11월 21일부터 1주일간 진행되는 김장에 들어간 배추는 무려 4만포기.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배추 다듬기·절이기·속 채우기 등은 비구니 스님과 경륜(?) 풍부한 신도들이, 양념 버무리기·배추 나르기 등 힘이 필요한 일은 비구 스님들이 맡았다. 대중공양에 사용될 김치에 행여 불순물이 들어갈까 앞치마에서부터 모자, 마스크까지 중무장한 채 김치를 담는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

구인사 김장에는 1년 동안 구인사 대중 스님들이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가 사용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속이 꽉 차 있는 무공해 청정배추를 다듬는 신도들은 그저 ‘놀랍다'는 표정이다. 다른 사찰들과 달리 구인사 김장은 마늘·파·갓 등 오신채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무·생강·다시마·갓을 끓인 물로 양념해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11월 21일 배추 수확에서부터 1주일 간 진행된 구인사 김장에는 배추 4만포기 외에도 무 3.2톤, 고춧가루 2.4톤, 소금 3톤, 생강 220kg, 마늘 150접 등이 소요됐다. 배추 한 포기를 40cm로 가정할 때 4만 포기를 늘여 놓으면 총연장 16km에 달한다.

한국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7년 4인가족 기준 김장에 사용될 배추는 16포기, 김장비용은 약 22만원. 1만 명이 겨우내 먹을 수 있는 구인사 김장을 이렇게 환산하면 4억 2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구인사 김장이 대규모가 된 것은 대조사 스님 때부터. 인근에 식당이 없어 이곳을 찾는 신도들에게 공양을 베풀기 위해 김장을 한 것이 시초다. 구인사는 초창기 김치와 된장국만으로 모든 공양을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상월대조사 스님이 신도들의 주반찬인 김치 맛에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김장의 규모가 큰 만큼 보관도 중요한 일이다. 구인사에는 두 개의 김치 저장탱크가 있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김치맛을 지켜주고 있다.

김장을 하는 스님들은 “구인사를 찾아와 기도하는 신도님들이 먹을 귀중한 공양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신도들이 이 김치를 먹고 기도해 소원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 “운력을 하면, 기도에 몰입도 잘되니 일석이조”라며 웃는다.
구인사에 기도 차 올라왔다 김장에 참가한 이남순 신도(울산)는 “스님들이 1년 간 농사 지어 대중들에게 공양하려는 모습에 감사하다”면서 “스님과 신도들의 대중공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구인사를 찾은 관광객 김미경 씨(40. 서울)는 “배추 15포기로 올해 김장을 마쳤다”면서 “이렇게 대규모 김장은 처음 본다. 많은 분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배추 한 줄기를 받아 물어 뜯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통계로 본 구인사 김장

배추 : 4만포기(총연장 16km)
무 : 3.2톤
고춧가루 : 2.4톤
소금 : 3톤(30kg 100포대)
생강 : 220kg
마늘 : 150접(1접=100개)

소요비용(환산) : 4억2천만원
동원인원 : 150명
소요기간  : 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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