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열반 906주기 다례재가 11월 14일 오전 10시30분 남북 불교도가 한 자리에 참석한 가운데 개성 영통사 보광전 앞에서 봉행됐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의천 스님이 주석하셨고, 입적하셨던 도량에서 열린 다례재는 실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려 제11대 왕인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의천 스님은 1085년 송나라로 들어가 고승들을 두루 만나 불법(佛法)을 교류했고, 이후 귀국해 국청사에서 ‘천태교관(天台敎觀)'을 강의하며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분이다. 이번 다례재는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개창한 천태종의 맥이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 500년의 세월을 건너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에게로 이어진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런 점에서 1천년의 간극을 좁혀낸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영통사가 한국 천태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찰이란 점은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주석하다 입적한 사찰이란 점 외에도 지난 2002년부터 3년 간 천태종과 북측 조선경제협력위원회가 공동으로 복원사업을 이뤄낸 도량이기 때문이다. 당시 기와 46만장, 단청재료 3천 세트, 묘목 1만 그루, 비닐자재 60톤 등 약 50억원 상당의 자재를 한국 천태종이 지원한 바 있다.

도용 종정예하를 비롯한 천태종의 원로 대덕 스님들과 조선불교도연맹 심상진 부위원장 등 북측 불교계 인사들이 경선원에 모셔져 있는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진영을 친견하고, 영통사 앞에 세워진 의천 스님의 비석을 바라보며 느꼈을 감회 역시 중국의 천태 지자대사에서 비롯된 천태종의 맥이 의천 스님을 거쳐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분단이란 현실 속에서 남측 천태종의 노력으로 복원한 북측 사찰에서 봉행된 이번 다례재는 그동안 지속돼 온 남북 불교교류의 성과라 말할 수 있다. 이번 다례재가 또 다른 징검다리가 되어 남북 간 교류가 가일층 활기를 띠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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