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행은 복덕·건강 함께 얻는 지름길”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비난과 분노의 자리를 이해와 양보로 대신할 때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정현선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앞둔 구랍 17일,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을 서울 관문사에서 만나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을 돌아보고, 임인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들어봤다. 편집자

지구 되살리려는 노력 뒤따라야
제2·제3 코로나19 막을 수 있어

자신의 견해와 조금 달라도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야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경자년에 이어 신축년에도 우리 사회를 뒤덮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이 위축·경직되었습니다.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국민에게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시간이었습니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0%를 넘어섰는데도 코로나19 재확산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임인년에도 한동안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천태종을 비롯한 불교계 역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태종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솔선수범하기 위해 매년 여름과 겨울에 실시해오던 각종 신행단체의 수련회를 모두 취소했고, 가을에 계획했던 ‘법화예찬대회’는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도 2020년 개최 예정이던 ‘제23차 한중일 불교교류대회 한국대회’를 2021년에도 열지 못해 2022년으로 연기해야 했습니다. 매년 동짓날 서울 인사동에서 개최한 ‘팥죽 나눔행사’ 역시 취소했습니다.

방역지침의 적극적인 준수는 종교를 떠나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밤이 아무리 길어도 새벽은 밝아오고,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찾아오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2년의 기간을 인내해왔고,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비난과 분노의 자리를 이해와 양보로 대신한다면 모두 함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 올해는 총무원장 스님의 임기가 끝나는 해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위기의 시기에 종단의 종무행정을 잘 관리하신 혜안과 덕망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 만큼 새해의 종무행정 관련 질문 대신, 지난 한해 세계적 이슈가 됐던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불교는 ‘풀 한 포기에도 생명이 있다.’고 강조하는 자비롭고 친환경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를 신앙하는 불자들이 가져야 할 기후와 지구환경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도 원인 없이 갑자기 불쑥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세계의 여러 전문가들은 그 주요 원인을 지구 환경위기로 손꼽습니다. 그럼, 지구의 환경은 왜 이렇게 위기상황에 처했을까요? 저는 산업화 이후 발생한 수많은 폐습(弊習)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성을 맺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관계성은 ‘인드라망(因陀羅網)’에 비유되곤 합니다. ‘인드라망’은 인드라(Indra, 제석천)의 궁전 위에 끝없이 펼쳐진 그물을 의미합니다. 이 그물의 수많은 그물코에는 보배구슬이 매달려 있는데, 반짝이는 불빛으로 서로를 비추어주기 때문에 무한한 관계성 속에 얽혀 있습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와 같다고 비유하셨습니다.

인구의 도시 집중과 경제성장, 이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와 지구온난화는 최근 발생한 전염병에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결국 인류가 일으킨 문제로 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참회와 함께 지구를 되살리는 자연 회복을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2·제3의 코로나19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점점 더 메말라가고, 각박해지는 세상의 변화가 이런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할 때 분명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는데, 정신적으로는 빈곤해진 것 같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불자와 국민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해야 할지 한 말씀 들려주십시오.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나무는 보이지만,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살이에 매몰돼 있으면 내가 살아가는 목적을 망각하게 됩니다. 불자라면 숲 속에 있되,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불자라고 해서 모두 해탈과 열반을 통해 윤회에서 벗어나길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속세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탈을 지향하는 동시에 세속에서의 건강과 행복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한 가지를 명심하고, 한 가지를 실천하기만 한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비로운 마음은 현세와 내세에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입니다.누군가는 뻔한 대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한 이 대답은 현대 의학과 과학으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마음’을 주제로 한 실험을 많이 하는데, 그 중 몇 가지 결과만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젊은 시절 부모를 사랑한 사람은 중년이 되었을 때 병에 걸릴 확률이 25%인데 반해 부모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병에 걸릴 확률이 85%에 달했습니다.

둘째, 심전도 측정 시 분노할 때는 불규칙적인 파형이, 사랑할 때는 규칙적인 파형이 나옵니다. 그런데 파동이 불규칙적인 암환자에게 자비의 감정을 갖도록 유도하여 규칙적인 마음 파동으로 변하게 했더니 회복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외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주 웃고, 매일 기도하는 습관이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당나라 때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주인이 되면, 서 있는 모든 곳이 진실할 것이다.’란 뜻입니다. 즉,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그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면 행복하고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이란 가르침입니다. 불자여러분도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부정적 생각으로 불만을 갖기보다 긍정적 생각으로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자비에는 복덕을 쌓는 한편 육체의 건강까지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새해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말합니다. 새해에는 호랑이의 용맹스러움으로 코로나19를 물리치고 건강한 대한민국, 활기찬 대한민국이 되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천태종 불자들에게 새해 일 년 동안 가슴에 새길 만한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된 상황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등 감정을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지 못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남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앞서 ‘수처작주’를 언급했듯이 가정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고, 직장에서도 한 명의 직장인으로 회사의 목표를 위해 전념해야 하고, 사회에서도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써 보다 밝은 사회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제 역할에 매진해야 합니다.

〈삼세인과경(三世因果經)〉을 보면 우리 모두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옵니다. 바로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 금생수자시(今生受自是) 욕지미래사(欲知未來事) 금생작자시(今生作自是)’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경전 구절인데,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음 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자신의 행동을 보라.”는 뜻입니다.

임인년 한해, 내 탓 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불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견해와 조금 다를지라도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코로나19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우리나라 경제가 불 같이 되살아나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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