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창원 다호리 유적 출토 칠기 등 263점

‘조칠 책모양 합’, 중국 청 18세기 (높이 22.9cm, 폭 31.5×31.1cm) 상하이박물관 <사진 일괄=국립중앙박물관>.

단단하고도 다채로운 아시아 옻칠과 칠공예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12월 21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옻나무의 수액인 옻칠은 예로부터 아시아 각지에서 사용해 온 천연도료로서 방수·방충 등 물건의 내구성을 높이고, 광택을 더해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내구성과 장식성을 높이는 옻칠은 옻나무가 자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공예품 제작 기술 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해 다양한 칠공예로 피어났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칠기를 만나다’에서는 칠기와 옻칠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모자합(母子盒) 등으로 칠기가 도자기·금속기와 함께 동시대 공예문화의 한 축을 이루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서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칠기 제작 과정을 담은 재현품과 옻칠 정제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옻칠과 칠기의 제작이 모두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2부 ‘칠기를 꾸미다’에서는 칠기의 기본 장식 기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정제한 옻칠은 원래 색이 없는 도료로서 나무로 된 기물 위에 바르면 갈색 빛이 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은 옻칠에 산화철이나 진사 등을 섞어 검은색과 붉은색을 만들어 발라 색을 더했고, 이러한 색채 대비를 이용해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그려 장식했다. 우리나라 창원 다호리 유적 출토 칠기의 검은색이나 중국 한나라 칠기의 다양한 무늬는 이를 잘 보여준다.

금이나 은 등 귀한 물질을 옻칠의 접착력을 이용해 붙여 꾸미는 기법도 등장했는데, 7~8세기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평탈(平脫)기법(옻칠한 기물 위에 금은 판으로 만든 무늬를 붙이고 다시 옻칠을 한 후 갈아내 무늬를 드러냄)으로 발전했다. 전시에서는 평탈 기법으로 제작한 통일신라시대 거울 등을 선보인다.

3부 ‘개성이 드러나다’에서는 아시아 각 지역별로 발전한 칠공예의 종류를 알아본다. 한국에서는 나전칠기, 중국에서는 여러 겹의 옻칠로 쌓인 칠 층을 조각해 무늬를 표현하는 조칠기(彫漆器), 일본에서는 옻칠 위에 금가루를 뿌려 표현하는 마키에[蒔繪]칠기가 주로 제작됐다. 특히 2020년 일본에서 구입한 ‘나전 칠 대모 국화 넝쿨무늬합’이 최초로 선보이며, 영상과 함께 합을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중국 조칠기 30여 점도 선보인다.

4부 ‘경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칠기의 변화를 살핀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길상무늬가 많아지며 베갯모 등 일상생활 용품까지 나전칠기로 제작된다. 일본과 중국에서 제작된 칠기는 17세기 이후 유럽으로 수출되며 ‘남만칠기(南蠻漆器)’등 새로운 모습의 수출용 칠기가 탄생했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미얀마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칠기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제작되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의 옻칠, 그 물성과 예술성’이라는 제목으로 현대 옻칠 작품을 전시한다. 옻칠이 가진 도료 및 장식 재료로서의 물성, 칠공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공간이다.

‘칠 굽다리접시’ 창원 다호리 1호 널무덤 출토, 삼한 1~2세기 (높이 12.7cm) 국립김해박물관.
‘나전 대모 칠 국화 넝쿨무늬 합’ 고려 12세기 (높이 3.2cm, 너비 10.0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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