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가 지난 10월 25일과 26일 중국 북경대회로 10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 대회는 10년이란 세월동안 서로 간의 우의를 도모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줄곧 형식적인 행사만 거듭해오다 보니 실천적인 활동은 전무했고, 이 대회에 대한 불자들의 기대도 사그라졌다.

남방불교권과 달리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국, 중국, 일본은 지정학적인 위치뿐만 아니라 문화권으로도 한데 묶여 있다. 이중 가장 큰 공통분모는 불교. 특히 삼국은 대승불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불법(佛法)의 세계화에 대한 책무 또한 막중하다. 이런 측면에서 삼국 유대강화의 필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1992년 10월 동북아시아 불교지도자평화회의에서 조박초(趙朴初) 중국불교협회장의 제안이 발단이 된 이 대회는 사실 상 95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제안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매년 삼국을 순회하며 수백 명의 불교계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요식적인 학술회의와 형식적인 선언문 채택, 성지순례 외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나 사업으로 활동영역을 넓히지 못했다. 삼국의 불교계는 친목도모에 안주했던 지난 10년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삼국이 아시아의 강대국이란 점을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역할은 명약관하하다. 초기불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남방불교권은 아직도 열악한 경제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국 불교계가 이 대회에 매년 쓰고 있는 수억 원의 행사비용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곳은 남방불교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다.

삼국 간의 ‘황금유대'는 지난 10년간의 교류와 단합으로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삼국의 테두리를 넘어 타종교 선교의 장이 되고 있는 낙후 불교국가의 교육과 복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나아가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가난한 국가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보살도를 실천하는 일은 대승불교권의 황금유대를 대외에 드러낼 수 있는 참다운 길이다. 다가올 한중일 불교유호교류회의의 10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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