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거부 운동 지혜와 자비 불교 근본정신 해쳐

조계종은 최근 한 신문에 대해 불교를 폄훼하였다고 ‘구독거부운동'을 벌인 바 있다. 신정아사건 보도과정에서 정부의 월정사 지원을 불교에 대한 부당한 특혜로 몰아간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면서 어떤 언론이라도 불교의 위신을 멋대로 실추시켜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계종의 대처는 당장은 시원하고 그럴듯해 보이고 또 실제 그 신문의 사장이 총무원장을 방문 화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엄밀하게 따져볼 때 결코 지혜롭고 적절한 대응은 못되었다.

첫째로 조계종의 그같은 대응은 불교의 근본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알듯이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이며 화해와 참회의 종교인데 요즘 불교의 모습은 무지의 종교, 무자비한 종교, 투쟁과 불평의 종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불교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상황에서 먼저 또 철저히 해야 할 일은 자기를 돌아보는 반성과 참회여야하며 사회에 대한 속죄일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모습은 조계종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봉암사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을 뿐이다. ‘봉암사 60주년 법회'날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은 “한 가닥 얇은 가사는 태산처럼 무겁다”면서 “개혁이란 명분으로 행해지는 선거법 철폐, 정치적 파벌화 일소, 청규에 의한 수행풍토로 복귀”등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같은 봉암사 수좌들의 ‘불교본질 훼손세력에 대한 경고'와는 달리 불교 정치권은 “우리도 잘못했지만 언론이 고의로 불교를 욕보이고 폄훼하니까 이를 묵과해서는 안된다” 는 이유로 일부 언론과의 싸움에 주력한 꼴이다.

둘째로 조계종이 그런다고 불교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불교와 관련한 스캔들이 매스컴 보도에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불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회여론은 언론과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어서 좋아지는 일은 결코 없다. 더욱이 이 신문이 지난 수십 년동안 불교와 조계종을 위해 공헌한 일은 모두 잊고 작은 실수를 트집 잡아 원수가 되자고 발끈해 나서는 것은 결코 지혜롭고 옳은 일은 아니다.

셋째로 절차적 과정에서도 조계종의 결정은 잘못되었고 의혹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설령 언론이 사실의 본질을 잘못 알고 불교의 과실을 과장 보도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불교의 대응은 합리적이고 지혜로워야했다. 우선 보도기자에게 그런 보도가 나간 경위를 알아보고 보도사실이 진실이 아니란 점을 설득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탐사 보도 과정에서 어떤 매체나 기자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만일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언론이 성의있는 정정노력을 외면한다면 그때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법원에 명예훼손 명목으로 재판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한데 조계종은 그런 정상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당장 ‘불매운동'을 했다. 이는 조계종이 정당한 자기방어 노력을 하고 있다기보다 그 신문에 의도적인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이나 한가지다. 더욱이 그 신문이 친북좌파 노선을 견지하는 현 정부에 맞서 언론자유 투쟁을 벌이는 이 나라의 대표적 보수언론인 것을 감안하면 종단의 ‘불매운동'은 좌파 세력에의 동조로 오해될 우려가 없지 않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좌우대립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악의적인 정치적 조작에 불교종단이 휩쓸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전 불교언론인회 회장 공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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