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우리 한국불교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기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과거사위)는 1980년 10월에 있었던 ‘법난'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군과거사위의 1년 2개월에 걸친 진상규명활동 결과, 법난은 ‘불교계 정화 명분으로 특정한 종단에 사법적 잣대를 무리하게 적용한 국가권력 남용의 대표적 사건'이라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불교계 및 국민들에게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여 국민 화합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권고'하고 이어 정부 당국은 명예회복과 피해회복 방안을 조계종 종단 측과 협의하여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라고 일렀다.

법난 발생 직후부터 27년간 끌어 온 불교계의 ‘법난규탄운동'이 크나큰 결실을 본 것이다.

그간 불교계의 지속적인 운동으로 국가권력이 저지른 만행의 진상을 밝히게 되었으니 뒤늦긴 하였으나 해묵은 과제 해결의 일말을 마련하였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이번 군의 조사결과, 신군부가 유독 불교계를 과녁으로 삼아 법난을 일으킨 동기는 학살정권이라는 원죄를 은폐하고 종단의 민주적, 자주적 운영을 근본부터 파괴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우리의 주장을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번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80년 2월에 신군부는 ‘기존의 호국불교라는 순응종교'에서 ‘저항불교로 변화될 것을 우려'하고 따라서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불미스러운 작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불순한 의도가 80년 5월을 거치면서 점차 불교를 어떻게 초토화 시킬 것인가로 모아졌고 기어이 한국불교사 최악의 법난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제 법난의 진상이 얼추 밝혀진 상황에서 우리는 안팍으로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되었다.
밖으로는 법난으로 입은 불교계의 명예회복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뒷받침 할 법적 근거를 즉시 만들어야 한다. 군과거사위의 발표가 있던 날 오후, 통합신당의 대통령후보 정동영 씨는 조계종 종정을 뵌 자리에서 법난특별법제정을 공개 천명하였다. 한나라당도 며칠 뒤에 법제정에 적극 나섰고 현재 총무원, 불교단체 등이 법의 초안을 마련하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법난특별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사과와 후속조치에 대한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신군부의 불교탄압과 이에 따른 한국불교의 피해, 그리고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 등을 밝혀 자라나는 세대들이 한국불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하려는 불교계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본다.

한편, 이번 군과거사위의 발표에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듯이 일부 그릇된 시각을 갖고 있는 불제자들이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려 했음이 드러났다. 또 대한불교진흥원 등은 신군부의 불교탄압에 재정적 지원과 사무실을 제공하였고 대불련 동문의 일부가 불교정화를 한답시고 나서서 비정상적인 체제를 구성하였고, 결국 이로 인해 이후에도 종단이 파행으로 치닫게 하였다.

이들의 역사적 과오를 올곧게 청산하는 일이야말로 법난의 재발을 막는 내적 동력이 될 것이다.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에 동조하여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단절하려던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업보가 법난의 먼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하니 역사적 과오를 묻어두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군과거사위의 발표에 따른 우리의 조치에 따라 한국불교의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가름될 것이다.

10.27법난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서동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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