念止觀·호흡명상 등으로 심리치료 효과
명상·의학 접목 학문적 연구·발표 잇달아

 

이영순 씨(동방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는 10년 이상 심리적 장애로 정신과 약을 복용해 온 A씨를 대상으로 명상을 통한 심리치료를 했다.

 A씨는 중학교 때부터 집단따돌림과 구타의 대상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 치료를 받기도 했다. 부모님과도 연락이 끊긴 뒤 우울증과 불안증이 나타나고, 갑자기 화가 치밀어오르거나 숨이 가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이 씨는 A씨의 문제를 공감한 뒤 그에게 신체의 느낌을 집중하고 들숨과 날숨을 느끼면서 숨쉬는 방법을 알려줬다.

8주 동안 매주 명상을 한 A씨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상담과 함께 A씨를 치료한 것은 불교의 명상법. A씨는 느낌이나 감정에 집중해 관하는‘염지관(念止觀) 명상',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하는 ‘호흡명상'을 했다.

최근 ‘불교를 심리치료에 응용해 건강을 지킬 수 있느냐'에 대해 학계의 연구가 활발하다.

이영순 씨는 11월 3일 열린 한국명상치료학회(회장 인경 스님) 제2차 학술발표회에서 A씨의 사례연구를 발표하고, “신체느낌이나 감정, 호흡을 알아차리고 머물러 지켜보는 염지관 명상이 내담자의 심신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염지관 명상은 신체의 통증이나 긴장 등 몸의 감각을 자각하게 해 초기단계에 몸을 이완시키고 불면증을 해소정신과 약을 끊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호흡명상은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을 유도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불안지수를 낮춰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명상요가는 명상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직접 몸을 풀어주는 것을 통해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심신이 회복되는 결과를 보여 심신 통합적 접근이 치유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씨는 “힘든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의 느낌이나 호흡을 지켜보는 ‘3분명상'과 감정을 동작으로 표현하는 동작치료 역시 내담자의 분노를 조절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분노와 같은 감정에 강하게 압도할 경우 염지관 명상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씨는 이럴 때 적극적으로 생각이나 욕구를 통찰하는 영상유식관법, 마음작동모델을 자각하는 연기관법 등 다음단계의 명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상은 가족 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중년층에게도 큰 효과가 있었다. 오윤경 씨(동방대학원대학교 석박사 통합과정)는 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호흡명상과 염지관명상 등 명상치료를 진행했다.

오 씨는 한국명상치료학회 제2차 학술발표회에서 “이들은 개인적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일상생활에서도 매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는 일도 많았다”며 “우리 본성을 회복하려면 명상 훈련을 통해 알아차림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의학과의 접목을 시도해온 심신의학계에서도 현대인을 위한 처방전으로 불교를 제시하고 있다. 11월 10일 열린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의 가을 학술대회에서도 미산 스님, 서동혁 정신과 전문의 등 발표자들은 “내담자 또는 환자에 대한 공감(em pathy)은 심리치료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로, 공감에 대응하는 불교적 태도는 자비”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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