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천은사 역사·문화적 가치 조명
김도현/세창출판사/34,000원

강원도 삼척 천은사(天恩寺)는 전남 구례 천은사(泉隱寺)와 동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천년 고찰이다. 오랜 역사만큼 삼척 천은사에는 지중한 인연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남겨진 문화유산도 여럿 있다.

천은사는 ‘흑악사’, ‘간장사’로 불리다가 대한제국기에 현재의 사찰명으로 바뀌었다. 이 사찰은 조선왕실의 묘인 준경묘(태조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의 묘)와 영경묘(양무장군 부인의 묘)의 조포사(造泡寺,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에 사용하는 두부를 만드는 사찰)이기도 하다. 천은사는 지금도 4월 20일 준경묘와 영경묘 청명제를 지낼 때 두부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사찰명 ‘천은’은 준경묘, 영경묘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고려시대 이승휴 선생이 충렬왕의 실정과 부원세력을 비판한 상소를 올렸다가 파직당한 뒤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운율시 형식으로 쓴 책 〈제왕운기〉(상·하 각 1책)는 이곳 천은사에서 탄생했다. 이런 까닭에 천은사 사역은 사적 ‘삼척 두타산 이승휴 유적’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이같이 유서깊은 천은사의 역사와 문화적 가지를 조명한 책이 〈제왕운기의 산실 천은사〉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강원도 문화재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40여 년 전 대학입시 공부를 위해 약 한 달 간 머문 것을 계기로 천은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천은사의 문화재 조사와 자신이 한 달 간 머물렀던 육화료 중수상량문을 지으면서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고, 이승휴 선생의 불교관·생애 등에 관한 논문도 발표했다. 그는 천은사가 삼척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라·고려·조선시대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앙적으로 불교의례·기도와 종교 실천으로 연결돼 모여진 성소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천은사를 연구했다.

저자는 책을 △머리말(지리적 배경, 삼척 지역 전통사찰) △천은사의 역사 △이승휴 선생과 천은사(간장사) △준경묘·연경묘의 조포사, 천은사 △천은사가 보유한 유물·유적 △천은사 내 전각과 불교 민속으로 구성, 천은사의 가치를 조명했다. 부록으로는 ‘천은사(간장사, 흑악사)가 기록된 고지도 해제’, ‘지리지(地理志)를 통해 본 두타산과 천은사’를 수록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천은사가 지닌 역사성은 매우 다양하다.”며 “특히 이승휴 선생이 우리 역사의 무대를 만주 지역으로 확장한 대서사시 〈제왕운기〉를 이곳에서 집필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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