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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늙은 아난다가 강으로 간 까닭
  •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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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은 없으므로
슬기로운 노년 보내려면
마음 단속하며 자기 일 해야

“나이가 드니 좋은 게 하나도 없어.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가장 속상해.”

80대 중반의 노모가 자주 하시는 푸념이다. 뜨끔해진다. 자식인 내가 노모를 함부로 대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자칫 다치기라도 할까봐 혹은 수십 년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니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그냥 가만 계시라는 둥, 알고 있다는 둥 퉁명스레 대꾸하는 나를 발견한다. 연세 드신 분에게는 그냥 “네, 네.”하고 넘어가라고 하지만 이 또한 어르신들에게는 못내 서운하다.

나이 드는 일이 좋을 수는 없다. 노인들조차도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더 선호한다. 늙음도 늙음을 꺼리는데 어찌할 것인가.

다문제일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과의 나이 차가 30~35년은 난다. 부처님이 80세로 반열반하셨을 때 50줄에 들어섰고, 이후 아난다는 부처님이 계시지 않은 승가에서 오래 사셨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훌륭한 제자들도 하나둘 세연을 다하고 어느 사이 아난다 존자만 남았다. 부처님의 시자였고 결집 때에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셨으니 그 분의 위상은 떠나신 부처님을 대신할 정도로 아주 높았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어느 날, 젊은 수행자가 게송을 읊는데 그 내용이 너무 엉뚱했다. 아난다 존자는 그를 불러서 아무리 신심이 있다 해도 여법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그 게송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오. 이렇게 읊어야 하오.”라면서 고쳐주었다. 그가 자기 스승에게 나아가서 보고했다.

“스승님께서 일러주신 게송을 읊고 있는데 아난다 존자께서 틀렸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스승이 말하기를, “그 분은 늙어서 기억력이 흐려진 바람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늙으면 기억력도 지혜도 몸의 힘도 따라서 늙는 법이거든.”이라면서 자신이 일러준 게송이 옳으니 아난다 존자의 말은 무시하라고 일렀다. 이런 정황을 전해들은 아난다 존자는 그 스승이란 자에게 가서 옳은 내용을 일러주려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승가의 누구에게 바른 게송을 들려줄지를 살피다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결심을 한다.

“그토록 훌륭하신 성자들도 과거가 되었구나. 나 홀로 승가에 남았으니 숲속에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제 때가 되었구나. 새가 바람을 따르듯이 나도 열반에 들어야겠다.”

생각해보면, 극대노할 일이고 서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난다의 마음이 놀랍기만 하다. 그뿐인가. 오히려 세상을 배려하였으니, 반열반 이후 자신의 사리를 놓고서 행여 사람들이 다툼을 벌일까 염려해서 두 부족 사이에 자리한 로히니 강 중앙에 배를 타고 들어가 그곳에서 삶을 마쳤다고 한다.〈아육왕경〉

젊은 저희는 영원히 젊을 것처럼 굴지만 그 또한 세속 범부의 심보인 걸 어쩌겠는가. 그저 마음을 잘 단속하고 내 할 일만 묵묵히 해내는 것이 아난다가 보여준 슬기로운 노년생활인 듯하다.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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