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서
‘투루판 지역의 한문 자료’ 주제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 14일부터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에서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 실크로드 경계의 삶’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아스타나 230호 무덤에서 출토된 분리 전 시신깔개로 당 703년에 조성됐다. <이하 사진=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 북동부의 투루판(吐魯番) 지역에서 출토된 ‘당나라 관문서’를 공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6월 14일부터 상설전시관인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에서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 실크로드 경계의 삶’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회는 2020년 발간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앙아시아 고문자 Ⅰ-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보고서에 수록된 조사 성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이번에 공개한 총 6건 19점의 전시품은 1912년 일본 오타니(大谷)탐험대 대원 요시카와 고이치로(吉川小一郞, 1885~1978)가 수집한 것으로, 6세기 말 투루판 국씨고창국((麴氏高昌國)시기부터 7세기 말 당나라 시대 사이에 조성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아스타나(阿斯塔那) 230호 무덤에서 출토된 시신깔개에 부착돼있던 ‘당나라 관문서’다. 당시 투루판 지역에서는 무덤에 관 대신 갈대줄기를 엮어 만든 자리(시신깔개)에 시신을 안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0년 조사에서 시신깔개에 부착된 문서를 분리한 결과 2종류의 문서를 확인했다.

이때 출토된 문서 일부는 현재 중국 신장박물관과 일본 류코쿠대학에서 소장 중인데, 오타니탐험대가 부장품을 거둬가는 과정에서 뜯겨나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사과정에서 확인한 2종류의 문서가 신장박물관에서 소장한 문서조각과 서로 연결됨을 확인, 한ㆍ중ㆍ일 소장 문서 전체 내용과 시신깔개 제작과정을 복원했다.

첫 번째 문서는 ‘679년도 전국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唐儀鳳三年度支奏抄ㆍ儀鳳四年金部旨符)’다. 당나라 전기 중앙 상서성(尙書省) 호부(戶部)는 매년 10월 차년도 예산 집행 및 처리 지침을 작성해 황제의 재가를 받아 전국에 배포했다. 문서는 배포된 지침 중 일부로 △조세의 배분ㆍ보관ㆍ운송 △외국 사신 접대비용 △해충 제거 작업 시 포상 재원 충당 등의 내용이 담겼다.

두 번째 문서는 서주도독부가 고창현에서 보고받은 ‘도주한 부병사 관련 문서(唐西州高昌縣牒爲逃走衛士送庸緤價錢事)’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장하고 있는 당나라 관문서는 이 두 가지가 전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나라 관문서 외에도 ‘강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武周康居士 寫經功德記殘碑)’을 전시한다. 강거사는 강국(康國, 현 사마르칸트) 출신의 소그드인 지도자였으나, 7세기 중반 당나라로 귀순했다. 비편에 새겨진 대부분의 경전목록은 동시기에 유통된 〈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 제8권 ‘장안 서명사’의 대장경 목록과 일치했다. 나머지는 〈대주간정중경목록(大周刊定衆經目錄)〉에서 선별한 최신 번역 경전임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두 목록을 근거로 비석을 복원해, 비석 몸돌 높이가 최대 2.8m에 달하며 앞뒷면에 818부 4,039권 이상의 경전명이 새겨져 있었음을 밝혀냈다.

아울러 무덤 주인의 이름과 이력 등을 기록한 벽돌판인 ‘묘전(墓塼)’ 6점도 선보였다. 묘전은 다른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국씨고창국의 독자적 연호(年號)와 관제(官制)를 비롯해 동시기 사람들의 생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진행한 조사에서 누락됐던 일부 조각을 접합한 묘전을 비롯해, 해석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관련 연구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실크로드 경계에서 한인(漢人)과 서역인이 공존했던 삶의 흔적을 살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타나 230호 무덤에서 출토된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
아스타나 230호 무덤에서 출토된 도주한 부병 병사 관련 문서, 당 675-679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
679년도 전국의 예산 집행 지침에 관한 문서의 접합
강거사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 당 695-697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
538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씨고창국의 장모 씨의 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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