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 수행력 향상, 불자 인재 양성이 불교 위상 높여

매 번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래왔듯이 올 해에도 각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면서 온 나라가 대선 분위기로 급속히 함몰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민초들은 품격 높은 통치자를 갈망해 왔다. 왕조시대에 있어온 성군에 대한 목마른 기다림이나 오늘날 이 땅의 민초들이 갈망하는 좋은 대통령에 관한 기대는 그 본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아마도 통치행위 자체가 나라의 장래와 백성들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통치자의 품격은 통치행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에 대한 역사적 경험에 의하여 체득된 자동화된 반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생긴 이래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실패한 대통령들에 대한 뒤치다꺼리와 불쾌한 추억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땅에서 경험한 대통령 직무 수행의 실패는 무능, 약속번복과 거짓말, 권력의 사유화 등의 몇 가지 원인으로 귀착된다. 그렇다면 민초들이 갈망하는 대통령, 뽑고 싶은 대통령상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선 유능하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거짓말 하지 않으며, 권력은 대통령 개인이 마음대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투철한 공공정신의 소유자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나라의 안위와 백성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필부들에게도 필요한 일반적이고 아주 초보적인 것이다. 좀 구체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집단들 사이에 조금씩 다른 요구와 평가 기준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기본의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불교도, 특히 재가불자들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은 대단히 곤혹스럽게 되어가고 있다. 재가불자들의 삶과 불교도로서의 자부심은 승가의 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승가의 수행력이 사회정화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권력에 빌붙어 교계 내에서 자기입장의 강화나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은 있어도 넓은 시야에서 불타정신의 구현과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언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자금의 교계 현실이 아닌가?

언필칭 2천만이라는 불교도들은 숫자상의 절대다수 임에도 불구하고, 정토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시키지도 못하는 처지이고, 자체 구심력의 부재로 권력창출 문제에 있어서 집단적 역할을 상실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사회현상에 무관심했던 결과는 ‘이 땅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장로 대통령 후보는 있어도 불국토를 건설하겠다는 후보는 한 명도 없는 현실을 초래한 것이다. 자업자득인가?

정치는 한 사회에서 갖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원천적으로 부족한 자원들을 제도화된 과정을 통하여 분배하는 일이다. 그래서 각 집단은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인재를 양성하여 제도화 된 과정을 장악하여 각자의 몫을 규정하고, 그 몫의 분배요구에 혈안이 되어가고 있다.

허나 희소자원의 분배는 명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명분에 걸맞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불교계는 불교적 가치를 지키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얼마만큼 분배하라고 요구할 것인가?

윤세원 시립 인천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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