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호

천태종과 (사)나누며하나되기가 4월 23~27일 파주 임진각 일원에서 ‘천년의 추억·새 천년의 희망’이란 주제로 개성 사진전 등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23일 열린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사진전 개막기념 테이프 절단을 하고 있다.

‘천년 추억·새 천년 희망’ 담아
“남북 화해분위기 이어가야”

지난 4월 23일 오전 파주 임진각 망배단(望拜壇) 부근에는 그림 그릴 때 쓰는 이젤 수백개가 줄지어 서 있었고, 이젤 위에는 천태종이 지원해 복원한 개성 영통사 관련 사진과 개성의 문화유적 사진 등이 설치됐다. 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과 천태종 산하 NGO단체인 (사)나누며하나되기(이사장 도웅 스님·천태종 총무원 사회부장)가 마련한 ‘천년의 추억, 새 천년의 희망’을 주제로 한 ‘개성 사진전’ 현장은 봉사자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임진각 입구에는 참석자들의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코로나19 방역활동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사진 설치가 완료되자 (사)나누며하나되기 상임고문 무원 스님(천태종 종의회의장), 최영준 통일부 차관,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최종환 파주시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정우식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 등은 사진전을 둘러본 뒤 개막식에 참석했다.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도 전시된 사진을 둘러보며 관심을 보였다.

천태종 종의회의장 무원 스님을 비롯한 내빈들이 개성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개막식은 (사)나누며하나되기 이사장 도웅 스님의 환영사, 내빈 축사 등으로 진행됐다. 도웅 스님은 “이번 사진전은 평화와 화해 협력 교류의 장을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현재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지만, 남과 북이 수처작주의 정신으로 협력해 희망찬 미래가 열리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개막식에 이어 ‘평화를 여는 길, 통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한 평화토크쇼가 진행됐다. 토크쇼에는 천태종 종의회의장 무원 스님 등 네 명의 패널이 참여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24일에는 청소년과 청년·대학생·시민·평화활동가·북한이탈주민·고려인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27 판문점 선언 3주년 기념 DMZ 자전거 투어’를 진행했다.

(사)나누며하나되기 이사장 도웅 스님이 개성 사진전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흔들리는 한반도 평화 역지사지 마음으로 지켜내야”

평화토크쇼에는 천태종 종의회의장 무원 스님,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 정우식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개성 영통사 복원 불사 의미 △통일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 방안 △남북통일에 대한 시각적 차이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통일분야 정책과 비전 등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평화토크쇼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평화를 여는 길, 통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평화토크쇼에는 천태종 종의회의장 무원 스님을 비롯해 네 명의 패널이 참여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왼쪽부터 천태종 종의회의장 무원 스님,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정우식 한국종교인연대 공동대표.

▷천태종에서 500년 만에 개성 영통사 복원 불사를 했다. 영통사 복원불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원 스님 개성 영통사는 한국 천태종의 종조인 대각국사 의천 스님의 자취가 서린 천태종의 성지다. 1995~1996년 2년에 걸쳐 대홍수가 나면서 사적지가 드러났다. 북측에서 남쪽 천태종과 공동 복원을 제안했다. 종단에서는 남북 통일을 염원하고 종교문화교류와 종조의 고향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불사를 진행했다.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평화통일 정책을 소개해 달라.

이재강 개성 공단이 운영되는 동안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곳이 경기도다. 개성 공단 입주기업 125개 중 41개가 경기도 기업이었다. 개성 공단은 운영이 중단됐기에 경기도는 2020년 11월 10일부터 43일간 평화부지사실을 임진각으로 옮겨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기도 했다. 힘들고 어렵지만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민 그리고 국민과 호흡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민화협은 어떤 단체인가?

이종걸 민화협의 본래 이름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다. 민화협은 1998년 9월 설립 후 지금까지 종교계를 비롯해 보수와 진보, 중도를 가리지 않고 평화담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민족의 화해협력과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190여 단체가 소속돼 있다.

▷불교 통일운동을 하면서 기억나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면?

정우식 2005년 8월 14~16일 열린 제1회 금강산 신계사 통일템플스테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한불교청년회의 통일추진위원회와 조계사청년회가 청년불자 108명을 선발해 남녘땅 가장 북단에 있는 사찰인 강원도 고성 금강산 건봉사와 북녘땅 금강산 신계사에서 개최한 통일행사다. 건봉사에서 1박 2일간 △통일 염주 꿰기 △철야 기도정진을 하고, 아침 일찍 남녘땅의 물과 흙을 가지고 신계사에 가서 통일 합수도 했다. 특히 8월 15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108평화 정진을 했던 것이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 갈등과 대립 국면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원 스님 평화시대에 의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성 영통사를 오가면서 북측 동포들과 만났다. 물질적 만남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보듬는 마음의 만남을 위해 애를 썼다. 불교의 측면에서 보면 개개인은 불성(佛性)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불성의 만남이 어떻게 꽃을 피울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서로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자기 고집만 피운다면 화해는 어렵지 않겠는가? 남북 교류에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강 남북 관계가 고착화 돼 있고, 한반도의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곧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오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경기도는 한반도에 평화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비핵화’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평화가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평화가 정착되면 비핵화는 저절로 온다고 생각한다. 평화 프레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경기도에서는 평화 프레임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종걸 시민사회 단체 등 각종 민간기구들이 남북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최근에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의 거리를 좁혀나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4·27 판문점 선언이 가지고 있는 목표와 취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민간단체가 남북 문제의 원만한 해결과 공동의 담론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2년 3월에 21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통일분야에선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가?

무원 스님 남북을 오가면서 느꼈던 점은 종교교류든, 문화교류든, 경제교류든 아주 작은 것부터 실현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작은 만남을 자주 갖다 보면 큰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시절 인연 따라 새로운 통일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차기 대통령 후보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강 남북교류협력의 큰 성과물인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공동선언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언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진 사례다. 외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이 대통령이 되어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이종걸 차기 대통령 후보는 진정으로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갖고 있는 분이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적 입장을 갖고 있는 후보여야 한다. 그런 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우식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갈 크고 원대한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분도 필요하지만, 디테일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 더 절실하다. 현재는 정치적 문제로 남북 교류가 거의 정지된 상태다. 인도적·보건·관광·체육·문화·경제협력 등 지속적인 남북 교류협력을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여러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평화토크쇼 마무리 발언을 해달라.

무원 스님 이번 ‘개성 사진전’ 행사를 개최하면서 (사)나누며하나되기 이사장 도웅 스님이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작은 사업도 곳곳에서 많이 이뤄져야 통일문화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국가나 기관이 예산을 배정해 큰 행사든 작은 행사든 단체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 남북 화해를 위한 일을 많이 해 남북 간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재강 개성공단 재개 선언, 종전 선언, 남북 평화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4자 회담 개최 등을 위해 전국적으로 범국민운동을 펼쳐야 할 때가 됐다. 범국민운동이 활성화되면 한반도에 평화가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걸 우리가 분단을 극복하는 가장 원류가 되는 화두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평화’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새로운 남북의 시대를 열기 위해선 남과 북이 함께 가야한다는 기조를 정하면,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정우식 뜨거운 열정으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108배 정진을 하던 청년 시절의 감회가 이 자리에서 되살아났다. 이 행사를 마련한 천태종과 (사)나누며하나되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불가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되찾는 일과 민족의 본래면목을 되찾는 일은 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화토크쇼에서 모아진 지혜와 담론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로 꽃피기를 기원한다.

[통일탐방 DMZ]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서
페달 밟으며 평화통일 염원

치열했던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반도에는 휴전과 함께 군사분계선이 들어섰다. 남과 북은 휴전에 따른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각 2km씩 군대를 후퇴시키고 일정 간격을 유지했다. 이 지역이 바로 ‘무장을 하지 않는 지대’,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다. 이 지역에서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 배치, 군사시설 설치 등이 금지된다. 일반인의 출입 또한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긴장과 평화, 생태가 공존한다. 평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있는 비무장지대 길 위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남북의 평화를 기원한 행사가 열렸다.

파주 임진각 통문서 힘찬 출발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던 민통선 내 임진강 생태탐방로가 2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천태종과 (사)나누며하나되기는 4월 24일 오전 10시 4·27 판문점 선언 3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경기도 파주 임진각 DMZ 일대를 탐방하는 ‘평화타고 자전거 투어 DMZ’를 진행했다. 이날 탐방에는 청소년과 청년·대학생·시민·평화활동가·북한이탈주민·고려인 등 7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번 DMZ 탐방은 임진각 통문을 나서 통일대교 지점까지 2.4km를 걷는 도보 순례팀과 약 1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투어하는 자전거 탐방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연두색 식별조끼와 안전 헬멧을 착용한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손 소독과 발열체크를 마치고, 출발지인 임진각 통문을 나서기 전 초소를 지키는 군인의 통제에 따라 신분확인을 했다.

임진각 통문을 출발한 자전거 탐방팀은 가시 돋친 철책선을 따라 첫 관문인 통일대교로 향했다. 철책선 아래에서 평화의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DMZ 역사와 생태·문화를 온 몸으로 느꼈다. 봄기운을 머금은 DMZ 일원을 달리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통일의 새 시대를 염원했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부는 것만 같다.

참가자들은 철책이 세워진 흙길을 지나 반환점인 통일대교 북단의 초평도 60통문에서 휴식을 취하며 민통선 내 DMZ 풍경을 만끽했다. 임진강변을 마주한 포토존에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60통문 반환점에서 다시 통일대교를 거쳐 임진각 통문으로 돌아오는 거리에는 한동안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펼쳐졌다. 철책 위로는 무리를 이룬 철새들이 자유로이 남북을 오고 갔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은 종착지에서 간단한 인원확인 절차를 거친 후 다시 통문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한 시간 가량의 자전거 탐방을 마무리했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60통문 반환점에서는 MTB 묘기 자전거 공연과 물새와 산새를 위한 새집달기 등이 진행됐으며, 자전거 탐방을 마친 후에는 임진강 위를 가로지르는 곤돌라를 탑승하거나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자유롭게 관람했다.

자전거 탐방팀이 60통문 반환점에서 통일대교를 거쳐 종착지로 돌아오고 있다.

두 바퀴로 달리며 평화 염원

이날 초등학교 4학년 자녀와 함께 자전거 투어에 나선 이혜원(서울 강서구) 씨는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을 바라보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자전거 타기 행사에 함께 참가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철조망 넘어가 북한 땅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한 듯해요. 평화염원을 싣고 두 바퀴로 달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도록 평화와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사를 기획한 진창호 나누며하나되기 사무처장은 “오늘의 행사가 남북 평화를 위한 화합의 물꼬가 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 나누며하나되기는 통일을 위한 남북문화유산 특별 강좌, 북·중·러 접경지역 탐방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국민과 함께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통일을 염원하는 자전거 물결이 비무장지대에 넘실거리니, 이곳에서 평화는 더욱 간절한 염원이 됐다. 철책 사이사이에 핀 이름 모를 들꽃과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에서 한 줄기 희망을 엿본다. 하나가 되고 싶은 우리의 염원은 이렇게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출발지인 임진각 통문을 나서는 참가자들, 출발 직전 평화선언 퍼포먼스, 2년 만에 열린 DMZ 평화생태길을 달리고 있는 참가자들, 반환점에서 펼쳐진 묘기 자전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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