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위대한 삶 서양 고전음악으로 들려주고 싶었어요.”

“기독교가 모태가 되는 서양 고전음악[Classic]으로 부처님의 생애를 설명한다는 게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의 말처럼 ‘음악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는 무한하고, 동양의 음악이 불교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듯 서양음악으로도 충분히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이야기할 수 있다.”

김준희(42·법명 명법행) 피아니스트가 최근 서양 고전음악으로 부처님의 생애를 해석한 〈클래식을 만난 붓다〉(올리브그린, 15,000원)를 출간했다. 4월 2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저자는 “몇 년 전 BBS불교방송 특집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부처님오신날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몇 곡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의 질문이 이 책을 집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출간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는 질문은 받은 직후 ‘온음음계(Whole-tone Scale, 온음만으로 이뤄진 음계)’ 개발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드뷔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봄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담은 슈만의 교향곡 ‘봄’을 선정했다. 이런 순간적인 연상은 ‘부처님의 일생을 클래식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2019년 한 불교계 언론에 ‘클래식으로 듣는 붓다’를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책은 그 연재물을 다듬어 엮어낸 결실이다.

책은 총 23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부처님의 탄생부터 사문유관(四門遊觀)·출가·깨달음·열반·입멸 등 주요 사건을 슈만·브람스·바흐·존 케이지·드뷔시·리스트·베토벤 등의 작품과 접목했다. 관련 경전내용도 수록했고, 음악 작품과 작곡가들의 일화도 담았다. 아울러 생동감 있는 음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해 편리성을 높였다.

그녀는 “불교와 클래식은 내게 있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도(中道)를 ‘현(絃)’의 조율방법에 비유해 설명한 〈앙굿따라니까야〉의 ‘소나경’은 삶의 지침이 된 가르침이다. 그녀는 “평소 마음이 심란해지면 108배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곤 하는데, 이 때문인지 슬럼프가 찾아와도 유난스럽지 않게 잘 극복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클래식과 불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두 세계를 조금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란다.”면서 “불교와 피아노라는 두 배경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글을 써나가겠다. 그리고 본업인 피아노 연주도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형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종교와 음악은 보다 많은 이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고, 나아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저자는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악이 다른 그 어느 예술보다 충분히 통섭적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준희 피아니스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박사과정·샌프란시스코 콘서바토리 전문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슈베르트의 소나타 D. 960, 삶과 죽음을 통한 해석’과 ‘윤이상의 오라토리오 ‘연꽃 속의 진주여!’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법보신문에 ‘클래식으로 감상하는 불교’를 연재 중이며, 고려대·경희대·국립인천대 기초교육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클래식을 만난 붓다〉의 저자 김준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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