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정산 스님. “마음이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변덕스러워 / 지키기 어렵고 제어하기 어렵지만 / 마치 활 만드는 장인이 화살을 곧게 하듯이 /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법구경》(제 33게송)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먹기에 따라 이 세상을 얼마든지 아름답게 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지극히 절망스럽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각기 짚신과 우산을 파는 두 아들을 둔 노파'가 “날이 개이면 우산 장수 아들이 돈을 못 벌고, 비가 오면 또 짚신 장수 아들에게 좋지 않다”고 늘 근심만 하다가, 어떤 행인의 말 한 마디를 듣고 나서 ‘날이 개이면 짚신이 잘 팔리니 즐겁고,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이 돈을 벌어 즐겁게 여기게 되었다'는 옛날이야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또 이런 일화도 전해옵니다. 옛날 중국에 아주 유명한 장수가 있었는데, 어느 날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저 멀리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곧바로 화살을 쏘아 명중을 시켰지요. 그런데 말을 달려가 살펴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마치 웅크리고 앉아있는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 덩어리였습니다. 바위에 화살이 박힌 것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가 다시 말을 돌려 조금 전에 화살을 쏘았던 장소로 돌아와 이번에도 온힘을 다해 화살을 당겼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바위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 각자 짐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앞의 두 이야기처럼, 똑 같은 현상을 대하면서도 그 마음의 반응은 ‘하늘과 땅 사이의 간격' 만큼이나 넓습니다.

흔히 8만 4천 법문이라고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역대 조사님들이 깨달으신 내용 또한 모두 이 ‘마음 다스리기', ‘마음공부'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굳은 원을 세우고 수행을 열심히 하여 한 번 마음을 바로 세우면 그것은 아무리 거센 폭풍우에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단단한 바위가 바람에 끄덕도 하지 않듯이 / 지혜로운 이는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연을 맺습니다. 그들 중에는 “내게 잘 해주니 좋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게 무슨 업이 있어 저다지도 나쁜 인연을 만났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대하기 싫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육조 혜능스님께서는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진실로 지혜로운 불자는 자신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그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게 됩니다. 마음이 편안하므로 얼굴과 말도 부드러워지고 다른 이들과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정확해지고, 혹 잘못된 일에 대하여 준엄한 판결을 할 경우에도 그 행위자를 미워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공부의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과 친구들, 재산 등 세속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출가를 해야 할까요? 출가수행이 훨씬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불자들이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혜능선사께서도 “만약 수행을 하고자 한다면 집에서도 가능하니, 꼭 절에 있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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