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저녁으로는 꽤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얼마 안 있어 전국의 산에 붉은 단풍이 들어, 그야말로 화려한 금수강산의 모습을 마음껏 즐기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자연이 주는 멋진 선물을 음미하면서, 그 자연의 순리를 통해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깨달음을 얻는 수행에도 노력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퍼져나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제자가 되자, 외도(外道) 집단은 차차 왜소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외도들은 부처님의 명성을 깎아내리면 부처님의 교단이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들을 따르던 아리따운 여자 신도 한 사람을 부추겨 “부처를 욕보이는 일을 도와 달라. 당신이 그와 애정을 나누는 관계라고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그 여인도 선뜻 동의하였습니다.

그날 밤 그 여인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꽃다발까지 들고서 기원정사 쪽으로 갔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내가 어디 가는지는 왜 물어요?”라며 기원정사 근처에 머물고 있던 외도 수행자들과 어울리다가 아침 일찍 되돌아오면서 마치 ‘기원정사에서 밤을 보낸 것'처럼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과 밤을 보냈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3~4개월을 지낸 뒤부터 이 여인은 헝겊으로 배를 겹겹이 감싸서 임신을 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홉 달이 되자, 곧 출산을 앞둔 임산부처럼 피곤한 모습으로 기원정사로 갔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과 재가 신도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그 여인이 “저런, 대단한 사문이네요.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다니요! 당신이 임신을 시켜놓고서 해산할 때가 되어도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으니, 그저 즐길 줄만 아는 사람이군요”라며 부처님을 비난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시 법문을 멈추시고 그 여인에게 “그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 당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오”라고 말씀하시자, 그 여인은 “그렇고말고요. 당신과 내가 저지른 일을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겠어요”라며 막말을 하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기원정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된 제석천(帝釋天)이 사천왕을 기원정사로 보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사천왕은 생쥐로 변신해서, 그 여인의 옷 속으로 들어가 헝겊을 묶었던 끈을 갉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임신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배를 감싸고 있던 헝겊이 모두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그녀가 속임수를 썼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부처님 법문을 들으러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 거짓말쟁이! 감히 우리 스승님을 비난하려 하다니!”라며 그녀를 꾸짖었습니다.

위태롭게 된 그 여인은 재빠르게 도망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뜻밖의 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날, 이 일에 대해 비구들에게 말씀하시던 중 부처님께서 “거짓말을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악행이라도 할 수 있다”며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에 대해 강조해주셨습니다.

위 이야기는 《법구경》 제 176게송의 배경으로 나오는 인연 설화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의 거짓말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해서 점차 큰 거짓말이 되고, 한 사람을 속이려고 하던 것이 커져서 자기가 속한 집단 전체를 속이고 나아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기까지 하였습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악행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감하게 됩니다.
불자 여러분!

혹시라도 “이 정도를 속인다고 해서 무슨 일이 있겠어?”라며 작은 거짓말을 간단히 여기면 안 될 것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규모 사건들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속임수와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 속담이 전해주는 메시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농부가 흘린 노력에 정직하게 보답하는 곡식과 과일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정직'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