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회의장 도정 스님. 동국대 교수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예일대출신도 아닌데 그 대학출신이라며 허위 학력을 내세워 동국대학 교수가 된 과정에 초점이 모아져서 동국대 이사 스님들과, 동국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전체 동국대 행정체계를 속여 넘긴 사연이 대단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그 통에 불교계가 이래저래 욕을 먹었습니다. 거기에다 신정아 씨가 타고 다닌 비싼 외제차가 어떤 스님의 소유로 되어있어서 그 스님과 신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온갖 소문까지 난무하면서 불교계가 대단한 복마전(伏魔殿)인 양 세상에 비추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불똥이 청와대와 정치권으로 튀어 한층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신정아 씨를 위하여 대통령을 따라 과테말라 출장 중에도 서울로 전화를 해오고 돌아와서는 동국대 이사 장윤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까지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정아 씨의 배후세력이 과연 누구인가가 의문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검찰이 신정아 씨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변양균 실장의 지갑이 나왔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나돌면서 그렇게 시치미를 떼던 청와대가 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였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변 실장의 부인을 불러 위로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서 정치권은 신정아 사건이 정치 권력형 부정의 한 양상으로 해석하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대선과정과 연계되어 현 정권의 존립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는 중차대한 국면으로 점점 귀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과응보적인 결과를 수반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불교계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근 어떤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신정아 씨가 절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두었고, 동국대에서 교수직을 얻었으니 당연히 불자일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일주일에 세 번씩 교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하고 꼬박꼬박 헌금까지 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것입니다. 불교계가 뒷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은 꼴입니다.

신 씨가 평소 불교계 인사와 스님들과 잘 어울리고 ‘특수 관계'로 알려진 변양균 전 실장이 독실한 불자이기 때문에 그 역시 불자일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있지만 실제 그의 종교생활은 불교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는 서대문 대신동의 한 교회에 4~5년 전부터 다니고 있으며 주로 평일 아침 출근길에 잠깐씩 들러 기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신 씨는 그 교회에 공식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3~4차례 출근길에 홀로 교회에 나와 잠깐 기도를 하고는 3~5만원씩 감사헌금을 했으니까 한 달에 최소 50만원 이상은 헌금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앙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은 그것을 보장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신 씨는 불교계 대학에서 월급을 타고 스님과 교수들을 포함해 불교계 인사들과 사귀고 이용하면서 뒤로는 교회에 다니면서 헌금을 열심히 하는 이중생활을 했습니다.

거짓된 말을 하고 허위학력을 이용해 직업을 얻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것도 분명 이중생활의 한 모습이겠지만, 정당한 결혼관계 대신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했다니 이것도 이중생활이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이번엔 겉으로는 불교인인 양 허울을 쓰고 실제로는 기독교 교회에 자주 헌금하는 독실한 신자라니, 신 씨의 이중생활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신 씨가 불자가 아니고 다른 종교인이라는 점은 불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서 알아듣는 참된 불자가 그런 거짓된 말과 거짓된 생활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구경》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불법을 배워서 많이 알고, 계를 지켜 어기지 않는다면, 양세(이승과 저승)에 칭찬들어 소원을 이룬다. 그러나 배우되 아는 것이 적고, 계를 지키는 데 있어서도 완전치 못할 때는, 양세에서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그 본원(최초의 소원)도 상실하는 결과가 된다.'

신 씨가 불자들과 사귀면서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배워서 많이 알고 계를 지켜서 어기지 않았다면 그는 이 세상뿐 아니라 저 세상에서도 복을 누릴 터인데, 아쉽게도 그는 부처님이 주신 기회를 무시하고 거짓말과 거짓 생활에 휩쓸리다가 결국 큰 고통속에 빠지게 됐다는 점을 불자들은 명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공덕은 한량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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