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진 교수, 禪문화학회 학술대회서



현대는 초고속인터넷이 산중 선방에서도 가능한 시대다. 길가에서도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무선 인터넷을 즐기며 정보를 검색한다. 4800만 인구에 이동전화 가입자가 4250만명,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1450만 가구에 달한다. 이에 따라 클릭 하나면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각계각처의 일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때 1천6백여 성상을 한민족과 함께 살아 온 불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선방에 앉아 수행만 강조한 채 변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퇴보를 의미하지 않을까.

이덕진 창원전문대 교수는 10월 19일 영월 법흥사에서 열린 한국선문화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논문 ‘정보화시대 선종사찰의 사회적 역할-지역사찰에서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발표에서 “정보화 시대에 맞게 사찰 내·외를 전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먼저 “스님은 청정한 수행과 살림살이로 불교적ㆍ사회적 귀감이 되고, ‘선의 현대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은 한국 불교가 승가 중심 불교에서 사부대중 중심의 불교로, 기복불교에서 생활불교로, 은둔불교에서 현실불교로 변하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불교의 정보화는 미래의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한 지상과제”라며 “이 시대에는 사찰 내·외의 전산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언제든지 사찰의 역사나 불교문화재·설법자료 등의 정보를 빠르게 확인·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찰의 정보화를 위해서 사찰 신도와 스님들이 정보화를 자신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을 활용해 사찰정보를 공유해 신도와 스님들 간의 거리를 좁히고, 신도와 스님들에 대한 교육과 정보화에 대한 기반시설 및 여건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정보화 시대에 맞게 포교방법도 바꿀 것도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찰이 산중에 있고 불자의 연령층이 높으며, 불교계가 전체적으로 사회변동의 흐름에 둔감해 타종교에 비해 인터넷 포교에 뒤쳐져 있다는 것. 그나마 개설된 불교 관련 사이트는 디자인이 조악하다.

사찰 홈페이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절의 위치나 주지 스님 소개, 문화재의 유무 등만 확인할 수 있다. 전문인력이 만들지 못한 관련 홈페이지는 업데이트도 제대로 안되고 방치되고 있다. 불자와 스님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인 커뮤니티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해결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불교 콘텐츠 가공과 구축”을 제시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빙자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비 불교사이트가 난무하는 마당에 경전 소개 하나라도 심사숙고하자는 것이다. 또 청정하고 정갈한 불교의 교리와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메뉴들을 개발하고, 웹 카메라를 이용한 화상채팅이나 수행활동의 공유, 토론실 개설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사찰 내에 스님이 총책을 맞는 인터넷포교 지원센터를 설립해 인터넷 운영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온라인 포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시대는 불교문화컨텐츠의 활용을 통한 문화포교가 중요하다”며 “산사음악회나 산사체험은 사찰별로 특징과 주제를 갖추고 함께 참여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알차면서도 포교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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