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황룡사는 4월 14일 오전 10시 인천시청 앞에서 ‘한들지구 개발과 관련해 인천시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한들구역 4800세대 고층아파트 건설
4월 14일 인천시청서 항의집회 개최
소음ㆍ분진 등 수행환경 침해는 물론
일조권ㆍ조망권 피해에 역민원까지 우려

천태종 인천 황룡사가 위치한 서구 한들구역에 4,8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검암역 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황룡사가 심각한 수행환경 침해가 우려된다며 인천시와 서구청에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황룡사(주지 진철 스님)는 4월 14일 오전 10시 인천시청 앞에서 ‘한들지구 개발과 관련해 인천시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공사 먼지ㆍ소음문제 해결 및 황룡사 조망권ㆍ일조권 보장’을 위한 항의집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지 진철 스님은 호소문을 통해 “황룡사는 47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찰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문화재급 청정도량”임에도 “관계 부처ㆍ건설사가 주민의견과 환경평가조차 무시한 채 사찰 앞에 40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철 스님은 “황룡사 30미터 앞에 40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최소한의 조망권조차 무시당하고, 사찰은 검은 그림자만 드리워진 채 불자들과 인천시민의 힐링공간을 빼앗겨버리고 말 것”이라며 인천시와 서구청에 △조망권ㆍ일조권 보장 △황룡사 앞 교통체증 해결 △역민원 발생 해결 △공사 먼지ㆍ소음ㆍ분진 해결 등을 요구했다.

앞서 인천시는 2017년 8월 21일 한들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인가했다. 황룡사 전노석 신도회장에 따르면 “당시 시행사ㆍ서구청과 협의를 해 조망권ㆍ일조권 등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면서 어떠한 협의도 없이 황룡사 30미터 앞에 40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룡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들구역 공동주택건설 인가 초기 시행사로부터 황룡사와 인접한 아파트 부지에는 공원을 조성하고, 인접 동도 15층 높이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후 사찰에서 불과 30미터 거리에 40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가 사찰을 속인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행정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아파트 현장에는 시행사인 DK도시건설이 부지 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황룡사는 소음과 먼지ㆍ분진, 교통체증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 또 아파트 건설이 끝난 뒤에도 40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로 인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황룡사의 한 신도는 “시행사가 오전 6시부터 공사를 진행해 공사 소음과 분진으로 수행환경을 침해받고 있다.”면서 “황룡사 바로 앞의 고가가 아파트공사장의 세번째 입구이다 보니 심각한 교통체증도 야기되고 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황룡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5월 29일부터 인천 서구청 앞에서 총 17차례 집회를 진행했고, 이의제기를 위한 서명운동도 벌였다. 또 지난 4월 13일부터 한 달 동안 인천시청과 서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이어가면서, 인천시장 및 서구청장 면담과 행정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주지 진철 스님은 “황룡사 바로 앞에 40층의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면 수행환경이 침해될 수밖에 없고, 당연하게도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 더욱이 향후 아파트 입주민들의 (목탁이나 범종 소리 등) 역민원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인 인천시청과 서구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고, 서로 상생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룡사 측의 민원사항에 대해 사업시행자 등 관계기관들과 만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면서 “황룡사와 사업자 간에 원활히 중재가 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들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관계자도 “서구청ㆍDK도시건설과 협의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황룡사 주지 진철 스님.
황룡사 신도들이 항의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황룡사가 위치한 서구 한들구역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건설되면 왼쪽에 있는 황룡사가 시야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룡사 5층 대불보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건설 현장. 황룡사와 불과 30m 떨어져 있다.
대불보전 뒷쪽에서 바라본 아파트 건설 현장. 황룡사와 무척 가깝다.
아파트가 완성되면 일조권과 조망권이 사라진다.
황룡사 바로 옆 건설 현장.
황룡사 경내로 들어가는 도로. 건설 현장 불과 30m 떨어져있다.
황룡사 바로 앞의 고가가 아파트공사장의 세번째 입구이다 보니 심각한 교통체증 및 공사 먼지ㆍ소음ㆍ분진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인천 서구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구역.<사진=다음카카오맵 항공사진 갈무리>
검암역 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 조감도 모습. 왼쪽 위가 황룡사다.<사진=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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