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Ontact) 시대 불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순식간에 대면(對面)에서 비대면으로 바꿔놓았다. 비대면은 소상공인은 물론 종교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급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므로 사찰과 교회 역시 대응에 분주하다. 이웃종교의 대처상황을 살펴보면서 새롭게 다가올 온라인 연결사회에서 불교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천태종은 천태종무차평등대재를 비롯해 종단 차원의 각종 행사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신도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종교의 公共性·共同善 대두
선한 영향력으로 다가서야”

우리는 이미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에 익숙하다.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은행을 가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또 과외교사 대신 EBS(한국교육방송) 강의를 듣거나 사이버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지 이미 오래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온택트 시대를 앞당겼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온택트 시대는 코로나19 이전에 우리 곁에 와있었는지도 모른다.

‘언택트(Untact)’는 비대면을 지칭한다. 접촉 또는 대면을 의미하는 ‘Contact’에서 ‘con(함께)’ 대신 부정을 의미하는 ‘un’을 붙인 신조어다. ‘언택트 시대’는 곧 ‘온택트(online+tact) 시대’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고, 물건을 구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 사회는 이미 디지털 문명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 세계를 엄습한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의 미국 교회가 오프라인 예배를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반면 온라인 예배는 크게 증가했다.

이웃종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나라 종교계는 온택트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대면 법회와 예배를 고집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1년여의 기간을 힘겹게 보내며 코로나19 이후의 나아갈 방향을 찾고자 골몰했다. 먼저 이웃종교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지난해 7월 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가 총신대에서 개최한 포럼 ‘코로나 이후, 교회교육을 디자인하다’에는 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교회의 다양한 위기극복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종식 후 신도들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교회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라영환 총신대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개신교 전문가는 교회의 역할을 사회로 확대해야 한다며 종교의 ‘공공성(公共性)’을 주장했다. 

“교회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인재상이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회에서 교육을 잘 받으면 건강한 그리스도인이며, 동시에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안 교육을 넘어 공교육에 대한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믿음을 강요하기보다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고, 공공에 유익한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하남교회 방성일 목사는 현대미술의 거장 장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가 했던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생존하고, 변화를 주도하면 리더가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온택트 시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선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교회는 장애·질병·직장 업무로 현장예배 참여가 어려운 이들에게 최적화된 예배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신앙을 하지 않거나 신앙이 약한 신도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전 세계 어디서나 가능한 예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3일 ‘모든 형제들(Fratellitutti)’이란 제목의 사회회칙에 서명하고 있다. 교황은 이 메시지에서 종교가 나아갈 방향을 ‘공동의 선’이라고 명시했다. 〈출처=Servizio Fotografico Vatican Media〉

미주 중앙일보 2019년 3월 21일자 ‘온라인 처치, 지역교회 성장시킨다’는 제하의 기사는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예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라이프교회는 8개 주에 27개가 있는데, 매주 온라인을 통해 7만 명의 신도가 예배에 참석한다. 하일랜드교회는 4만 명, 새들백교회 2만 5,000명 등이다. 미국에는 수백 곳에 달하는 교회가 유튜브와 줌 등을 통해 △온라인 예배 △소그룹 교육·토론·기도 △온라인 양육 △회원관리 및 선교 시스템구축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민일보가 미국의 한 조사기관 발표를 근거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으로 미국 교회의 97%가 온라인 예배를 시행했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 예배는 2020년 2월 99%에서 한 달 뒤 92%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예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이와 비례해 온라인 헌금도 대폭 상승했다고 한다.  

미국 일부 교회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온라인예배를 시행하는 게 아니라 앞서 조형예술가 레이노의 말처럼 변화를 선교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교회는 온라인으로 ‘힐링룸’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치유상담에 나섰는데, 매일 전 세계에서 약 100건의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온라인 상담실에는 700명이 휴일 없이 근무 중이다. 

불교신도 노령화는 큰 숙제 

미국 교회에서 보듯이 온택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다만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다. 이 같은 흐름을 국내 몇몇 대형교회는 재빨리 받아들였다. 유튜브 구독자 수(2021년 2월 기준)를 살펴보면 사랑의교회가 7만 명, 여의도순복음교회가 4만 5,000명에 달한다. 

신도들이 온택트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스마트기기와 친숙해져야 한다. 그런데 불교 신도의 고령화는 이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은 종교인구 연령대가 고루 분산돼 있는데 반해 불교계는 20대 신도가 60대 신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실제 사찰에 가보면 70대 이상의 고령 신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온라인법회나 행사는 낯선 세상의 일이다. 이대로라면 한 세대 후 불교인구의 급감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부산 삼광사가 지난해 12월 24~25일 ‘21세기 문화융성시대와 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불교계도 온라인법회나 행사에 뛰어들었다. 천태종의 경우, 코로나19로 대면 법회가 어려워지자 재빨리 온라인 전환을 시도했다. 종단에서 영상법회 자료를 준비하고 전국 30여 사찰에 제공해 온라인법회를 독려했다. 지난해 9월 천태종무차평등대재(天台宗無遮平等大齋)를 비롯해 종단 차원의 각종 행사도 유튜브로 생중계해 신도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조계종 주요 사찰과 진각종 심인당도 비대면 포교를 강화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영상법회 자료를 제공하며 오프라인 법회를 대체했다.

서울 조계사는 지난 1월 경내에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설치해 신도들이 비대면 보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불교박람회에 첫 선을 보였던 키오스크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에 설치된 것이다.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을 경우,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기도금과 보시금을 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향후 온라인으로 기도비와 보시금을 내는 방식의 과도기적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전부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온라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 근시안적 포교전술로 대응하기보다는 밑그림부터 그리는 불교 전반의 포교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불교계도 관련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천태종 부산 삼광사는 지난해 12월 24~25일 ‘21세기 문화융성시대와 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불교의 주체가 스님 중심에서 사부대중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사가 지난 1월 조계사교육문화센터 1층에 설치한 키오스크. 비대면으로 기도금과 보시금을 낼 수 있다. 〈사진=서울 조계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부대중이 공동체가 되어야 극복할 수 있다. 포교는 스님들만의 몫이 아니라 신도들이 공동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여법하게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도들이 자신의 복만 빌고 사찰을 떠나서는 안 되고, 주인으로서 사찰의 대소사를 살피고 참여해야 한다. 신도들이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포교에 나서야 한다.”

사부대중이 종단과 사찰의 주체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곳은 천태종이다. 연초 새롭게 출범한 천태종 제17대 종의회는 재적인원 30명이 비구스님 14명, 비구니스님 3명, 재가불자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국 사찰의 재정도 사찰신도회에서 직접 관리하고, 주지 스님은 4년마다 종단에서 단행하는 인사에 따라 새로운 사찰의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신도가 사찰의 주체가 되다보니 소속감과 주인의식이 높고,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 교수는 또 세계적인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의 핵심은 공공성 내지 공동선(公同善)의 실현이 될 것이다. 종교가 돌봄과 생명 같은 윤리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공동선은 사회와 인류를 위한 선한 행동을 말한다. 이런 모범된 행동을 통해 불교의 긍정적 이미지를 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타의 모범’ 되는 불자 양성해야

한국불교학회가 지난해 12월 23일 동국대에서 개최한 동계워크숍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제기됐다. 최종석 금강대 명예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보살과 공공성’이란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불교계 종단은 신도교육에 있어서 종교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찰이 소재한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신도들이 적극 참여하고, 함께 고민함으로써 코로나19 이전의 소극적 신앙행위, 즉 개인적 신앙행위에 머물지 않고 보다 공공성을 지닌 신앙행위를 지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자들이 공공성을 지닌 신앙행위를 지향할 때 바로 생태보살이 될 수 있다.”

종교의 공공성과 공동선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학자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가톨릭은 지난해 2월 27일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천주교회 전국 본당의 미사를 중단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야 했다. 다른 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교황청은 지난해 한화 660억 원의 적자를 겪으며 재정적 곤경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3일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이란 제목의 사회회칙을 반포했다. 총 287개 항으로 구성된 이 회칙은 빈곤과 인종차별, 폭력 등 다양한 문제로 분열된 현대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후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더 광신적 소비주의와 새로운 형태의 이기적 자기 보호가 들끓지는 않을지…….”, “편견, 개인적 이익, 문화적 장벽을 넘어 낯선 이를 도와주는 ‘이웃’이 되자.” 등 회칙에 담긴 교황의 메시지는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 학자들이 제안한 방향과 일치한다. 

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학자들은 온택트 시대 종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공성’과 ‘공동선’이란 답을 내린 것일까?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하버드대학 교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줄곧 정의와 함께 공동선을 주창한 바 있다. 그는 “정의는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공동선이다. 이 말 속에 그 실마리가 있지는 않을까? 

기성 종교는 대부분 크든 작든 사회 또는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소정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고, 포교나 선교의 방편이었다. 학자들의 주장을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종교는 살아남기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불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바른 신행을 하고 누군가를 돕는 보살이 된다면,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바로 포교가 될 것이다. 또한 종단에서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대신 공공선의 입장에서 불교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온택트 시대와 함께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낳고, 종교에는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부처님께서 중생이 처한 상황과 근기에 맞춰 설하신 가르침은 ‘대기설법(對機說法)’이고, 이를 의사의 처방에 비유하면 ‘응병여약(應病與藥)’이 된다. 온택트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중생들에게 맞는 묘약의 조제에 불교계가 힘을 모을 때다. 

가톨릭은 지난해 2월 한국 전래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본당의 미사를 중단했다. 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몇몇 신자들만이 명동대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 미사가 중단이 됐을 때는 가정에서 방송 미사(아래 사진)로 대신했다. 〈사진=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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