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스님은 탁발로 공양 도시 스님은 신도들이
순번 정해 공양 올려 사찰에는 공양간 없어

충남 아산에 위치한 마하위하라 사원의 스리랑카 불자들이 요리한 음식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있다.

스리랑카는 다종교국가지만, 2021년 기준 2,100만의 인구 중 70.2%가 불교를 신앙하고 있다. 스리랑카 국기의 갈색 측면에 있는 보리수 잎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탁발 공양해 육류도 섭취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진 시기는 기원전 3세기로, 인도 마가다국 마우리아왕조의 아소카(Aśoka, 재위 B.C. 273~232) 대왕의 아들인 마힌다(Mahinda, B.C. 285~205) 스님에 의해서다.

왕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스리랑카 불교는 수도였던 아누라다푸라(Anurādhapura)를 중심으로 1,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스리랑카 불교는 상좌부 불교 자체가 스리랑카에 기원을 두고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현재 스리랑카에는 약 6,000개의 사원에서 3만 명에 달하는 스님이 생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상좌부불교권은 대승불교와 달리 육식을 금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살생을 금하라고 했을 뿐, 육식을 금하라고 가르치진 않았기 때문이다. 수행자가 육식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살생하는 건 계율에 어긋나지만, 신도로부터 고기를 공양 받아 섭취하는 경우는 어떤 문제도 없다. 오히려 상좌부불교는 탁발을 권장하기 때문에 ‘신도가 시주한 음식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가리지 말고 잘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육식과 유제품 섭취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스리랑카에서는 사찰음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상좌부불교 스님들은 기본적으로 탁발을 하므로 신도들이 공양하는 음식, 즉 일반인과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스리랑카 스님들은 승가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탁발을 하던 초기불교의 영향으로 개고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금기시하는 음식은 없다. 다만 농경사회이기 때문에 1960년대 우리나라처럼 소를 재산 1호로 여겨 가급적 소고기는 먹지 않는다. 또 돼지고기 역시 상하기 쉽고, 먹은 후 피부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크게 즐기지는 않는다. 

불자들이 부처님 전에 음식을 올린 후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띠 스님에게 키리밧과 폴 삼볼(왼쪽), 이디압파와 달 커리를 올리고 있다.

사찰에는 공양간 없어 

충남 아산에는 재한 스리랑카 불자들의 신행공간인 마하위하라 사원이 있다. 이 사찰의 주지 담마끼띠 스님에 따르면 스리랑카 스님들은 아침과 점심 하루 두 번 공양을 한다. 아침공양은 오전 6~7시, 점심공양은 오전 10시 30분~12시까지다. 오후불식(午後不食)을 하기 때문에 저녁은 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아침·점심을 꼭 먹는다. 

오후불식이라고 모든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건 아니다. 건더기를 갈아서 만든 수프와 주스, 차이(Chai) 등 차 종류는 마실 수 있다. 만약 몸이 아플 경우에는 아침·점심공양을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또 저녁에 약을 먹을 때는 건더기가 있는 죽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리랑카 스님들은 음식에 대한 집착·탐욕이 없기 때문에 아파도 저녁에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담마끼띠 스님이 2월 27일 추천해준 음식은 △특별한 날 자주 먹는 ‘키리밧(Kiribath)’ △아침에 주로 먹는 면요리 ‘이디압파(Idi Appa)’ △우리나라의 찌개처럼 흔하게 먹는 ‘달 커리(Dhal Curry)’다. 특별히 엄마의 손맛이 생각나는 ‘폴 삼볼(Pol Sambol)도 추천해줬다. 고온다습한 열대몬순기후 때문인지 대부분 음식이 맵고 짰다.

스리랑카 스님은 숲에서 혼자 수행하는 ‘숲 스님’과 도시에서 수행하는 ‘도시 스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숲 스님은 본인이 수행하는 숲 근처 마을에서 탁발을 한다. 숲 스님이 탁발을 할 때는 집을 건너뛰지 않고, 탁발이 끝날 때까지 차례대로 모든 집의 음식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 먹을 수도 못 먹을 수도 있다. 때로는 굶는 경우도 생긴다. 숲 스님은 본인의 양에 맞춰 음식을 조절해서 받는데, 나중을 대비해 아껴 먹는 경우도 있다. 

숲 스님이 수행하는 장소가 깊은 산속이거나, 마을로 오가는 길이 외질 경우 불자들로부터 음식 공양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스리랑카 정부에서는 숲 스님이 수행하는 인근에 작은 움막을 지어 과자·비스킷 같이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을 준비해 숲 스님들이 비상시에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도시 스님은 일반 사람들과 비슷하게 사찰에서 공양을 한다. 스님들에게 올릴 공양은 마을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올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오는데, 스리랑카 불자들은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불자들은 스님을 위해 아침·점심 두 차례에 걸쳐 10여 가지의 음식을 공양한다. 불자들이 음식을 공양하기 때문에 스리랑카 사찰에는 공양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도시 스님’은 일반 사람들과 비슷하게 사찰에서 공양을 한다. 도시 스님들이 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묵언하면서 손으로 공양

불자들이 공양 올리는 음식은 ‘이디압파’와 같은 면 요리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커리(Curry)·샐러드·채소·견과류·야채 등이다. 코코넛우유를 밥에 섞은 ‘키리밧’은 설날·부처님오신날 등 특별한 날 아침에 먹는다. 키리밧을 아침에만 먹는 이유는 코코넛우유로 밥을 지었기 때문에 영양소가 많고, 포만감이 높기 때문이다.

요리한 음식을 부처님 전에 먼저 올린다. 그 후 스님들이 공양을 한다. 스님들은 공양할 때 가사를 착용하며, 법랍 순으로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앉는다. 공간이 좁으면 동그랗게 앉기도 한다. 불자들이 음식을 차례로 올리면 스님들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을 양만큼 각자의 발우에 담는다. 

공양시간에는 묵언을 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을 때는 손으로 발우를 덮는 동작을 취한다. 반대로 손을 열었다면 음식을 먹겠다는 의사표시가 된다. 음식을 다 받으면 ‘삔다빠다(Pindapada)’라고 하는 공양게를 외운다. 공양게가 끝나면 첫술을 뜨기 전 한 숟가락을 따로 마련된 접시에 덜어낸다. 이 행위는 우리나라의 ‘고수레’와 비슷한 것으로, 육지 동물·날짐승·곤충 등의 몫이다. 숲 스님도 마찬가지로 공양을 하기 전에 한 숟가락을 덜어 주변에 남겨놓는다. 

공양할 때는 오른손으로, 손가락 두 마디가 넘어가지 않게 음식을 집어서 먹는다. 밥을 받을 때나, 먹을 때 모두 오른손을 사용한다. 왼손으로 주거나 받는 행위는 상대에게 큰 결례로 여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씹으며, 먹는 소리를 내선 안 된다. 손으로 먹기 때문에 뜨겁지 않게 식혀서 나오고, 국물이 있는 음식은 없다.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면 발우를 물로 헹궈서 주변에 버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우공양을 할 때 마지막에 발우 닦은 물을 마시지만, 스리랑카는 공양 전에 한 숟가락을 덜어낸 것처럼 동물들을 위해 버린다. 부처님 전에 올린 음식도 주변 동물에게 나눠준다. 공양을 올린 후 남은 음식은 불자들이 먹거나 집으로 가져간다. 

숲에서 수행하는 ‘숲 스님’은 숲 근처 마을에서 탁발을 한다. 스리랑카 스님들이 탁발을 위해 발우를 들고 마을로 가고 있다.
완성된 키리밧(왼쪽)과 폴 삼볼. 코코넛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매콤한 폴 삼볼과 함께 먹는다.

밥에 코코넛우유 섞은 ‘키리밧’

키리밧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다. 밥을 찐 후 코코넛우유를 섞기 때문에 ‘밀크 라이스(Milk Rice)’라고도 불린다. 싱할라어로 ‘키리(Kiri)’는 ‘우유’를, ‘밧(Bath)’은 ‘밥’을 뜻한다. 보통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먹는다. 새해나 부처님오신날·결혼·생일 등 특별한 행사 때 먹는 음식이다.

완성된 키리밧은 바나나잎에 넓게 펼쳐 사각 모양의 틀을 잡아준다

재료는 코코넛가루, 미지근한 우유 또는 물, 찐 밥 등이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코코넛가루를 미지근한 우유나 물에 갠다. 미리 쪄놓은 밥에 코코넛우유를 넣어 섞으면 완성이다. 완성된 키리밧은 바나나잎에 넓게 펼쳐 사각 모양의 틀을 잡아준다. 바나나잎에 키리밧을 싸는 이유는 맛과 향이 좋아지고, 쉽게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코코넛우유를 묻힌 칼로 네모 또는 마른모 모양으로 자르면 완성된다. 

겉모양은 우리나라의 백설기와 비슷한데, 코코넛우유 때문에 코코넛향이 강하다. 밥보다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처음 먹는 사람은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코코넛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매콤한 ‘루누미리스(Lunumiris)’ 양념 또는 칠리소스, 커리, 폴 삼볼과 함께 먹는다.

완성된 달 커리. 노란빛을 띄며 콩이 씹혀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이 난다.

콩이 씹히는 노란 ‘달 커리’

대부분 커리를 대표적인 인도 요리로 생각하지만, 스리랑카에서도 ‘쌀과 커리를 빼놓고는 음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커리는 자주 먹는 음식이다. 커리는 재료에 따라 달 커리, 치킨 커리, 생선 커리, 고기 커리 등으로 나뉜다. 이중 달 커리는 우리나라의 김치찌개·된장찌개와 같이 아침·점심식사 때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이다. 

달 커리는 빨간 렌틸콩이 주재료다. 여기에 코코넛우유, 강황, 5가지 향신료를 섞은 가루, 매운고추·양파·마늘, 향나무잎 등이 들어간다. 먼저 물에 씻은 렌틸콩에 코코넛우유를 포함한 재료를 섞는다. 이때 매운고추·양파·마늘은 얇게 다져 기름에 볶고, 강황과 향신료 등은 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씩 넣어 간을 맞춘다. 재료가 잠기도록 물을 넣고 익힐 때까지 충분히 끓이면 완성이다. 완성된 달 커리는 노란빛을 띄며 콩이 씹혀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이 난다.

달 커리를 비롯한 커리 요리는 매콤하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커리만 따로 먹지는 않는다. 국물이 있는 커리의 경우 이디압파와 같은 면 요리, 국물이 거의 없는 커리는 키리밧과 같은 밥 요리와 곁들여 먹는다. 커리는 코코넛우유를 주로 사용하는 스리랑카 음식의 특징인 단맛과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디압파는 쌀로 만들기 때문에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다. 달 커리·생선 커리 등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쌀국수 생각나는 ‘이디압파’

이디압파는 스리랑카 전통음식은 아니다. 과거 스리랑카 왕조는 남인도 지역에서 왕비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이디압파는 원래 남인도 케랄라(Kerala)지역의 음식인데, 이후 스리랑카의 주요 음식이 됐다. 우리나라의 국수, 베트남의 쌀국수와 비슷하다. 면 요리이기 때문에 주로 아침에 가볍게 먹는다.

반죽을 ‘왕게리에’라는 도구에 넣어 면발을 뽑아내 ‘왓띠’라는 작은 채에 담는다.

재료는 쌀가루, 미지근한 물, 소금 등이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쌀가루를 미지근한 물에 갠 후 소금으로 간을 해 반죽한다. 반죽이 뭉치면 면을 씹을 때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 된 반죽은 ‘왕게리에’라는 도구에 넣어 면발을 뽑는다. 뽑은 면발은 ‘왓띠’라는 작은 채에 담는다. 식사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사람당 20개 정도 왓띠에 담긴 면을 먹는다. 왓띠에 담은 면을 찜기에 차곡차곡 쌓아 20분 정도 쪄내면 완성. 

이디압파는 쌀로 만들기 때문에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는다. 키리밧과 마찬가지로 커리, 폴 삼볼 등 매콤한 양념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스리랑카 전통 조미료라 할 수 있는 폴 삼볼.

한국의 고추장 같은 ‘폴 삼볼’

폴 삼볼 재료. 모든 재료를 절구통에 넣고 빻으면 된다.

폴 삼볼은 스리랑카 전통 조미료라고 할 수 있다. 밥이나 면, 빵 등 어떤 음식에도 어울린다. 재료는 말린 고추·코코넛분말·5가지 약재를 간 가루·소금·매운고추·양파·마늘·레몬 등이다. 모든 재료를 절구통에 넣고 힘을 줘 빻으면 된다. 

담마끼띠 스님에 의하면 폴 삼볼은 한국인들이 고추장을 찾듯이 스리랑카 사람들이 항상 떠올리는 음식이다. 단순하지만 빻을 때 의외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그래서 스리랑카 사람들은 타지에 나가 있을 때 어머니가 해준 폴 삼볼을 늘 그리워한다. 

맛은 꽤 매콤하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코코넛분말이 아닌 코코넛칩이 들어가기 때문에 코코넛입자가 씹히면서 레몬의 상큼한 맛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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