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현 스님 ‘종교간 대화 42주년 기념 모임’서

“아무리 단단한 것도 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마음이 틈'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박종화 목사)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최근덕. KCRP)가 10월 18일 오후 6시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개최한 ‘종교간 대화 42주년 기념 대화모임'에서 태고종 교류협력실장 법현 스님은 “구멍 하나 없는 나무토막에 못이 박히는 것도 그 안에 틈이 있기 때문”이라며 각 종교간 배타성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틈'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법현 스님은 “50억 인구라고는 하지만 작은 지구 땅, 그보다 더 작은 한국에서 청와대와 언론, 남과 북, 기독교와 불교, 남자와 여자,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누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라면서 “수십 년 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평화를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수일 한신대 교수는 “영화 ‘밀양'은 왜 한국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종교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신도 지키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지켜야 할 가치를 목이 쇠도록 외치는 위선적·열광주의적 종교지도자들 때문에 종교적 가치 자체가 의심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기독교가 종교의 근본가치를 너무 값싸게 바겐세일 해온 결과 사람들의 기대를 한참 벗어나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은 종교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기조강연을 맡은 김지하 시인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에 의한 대재앙이 10년 이내에 우리를 휩쓸어버릴 수 있다”면서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 과학자와 지식인들이 동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혼돈학의 보고는 중국이지만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는 한국에 있다”면서 “지구의 모든 인격·비인격·생명·무생명을 우주 공동주체로 모시고 살리고 깨우치는 적극적 생명운동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창조적 파트너십과 일본, 중국의 협조보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화모임에는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KCRP 소속 7개 종교 성직자 및 신도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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