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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알고 짓는 죄, 모르고 짓는 죄
  •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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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인 줄 모르면
악업 더 무거워
폭력·괴롭힘 사라져야

인기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학교폭력에 관한 뉴스가 요즘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예전에는 웬만한 주먹질은 묵인했고, 힘이 없어 당하는 것이니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오히려 당한 자를 비웃거나, 용기 내어 고발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성적만 좋으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풍조도 한몫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당연시하고 적당히 덮어두고 지났던 일들이 지금 표면에 드러나고 있고, 가해자들이 인기 절정의 자리에서 하루 밤사이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과응보다.

가해자들은 부랴부랴 자필사과문을 써서 세상에 내놓으며 사죄하지만, 철없던 어린 시절의 일이라 그게 나쁜 짓인 줄도 몰랐다거나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학교폭력이 나쁜 짓인 줄 몰랐을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진짜 몰랐을까? 당하는 입장에선 평생 깊은 상처가 된다는 걸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자신은 정말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 줄 몰랐다고 항변한다고 해도, 정말 몰라서 저질렀는지 알고도 저질렀는지는 부처님을 속이고 재판관을 속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는 속일 수 없다.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알고 지은 죄와 모르고 지은 죄 중에 후자가 더 무겁다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사실 행위자가 인지하고 인정해야 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모르고 지은 죄란 말 자체는 맞지 않는다. 자신의 행위가 그릇된 것인 줄 알면 그 사람은 그 행위를 더는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릇된 행위를 계속 하더라도 언젠가는 괴로운 대가를 받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과보를 받을 때면 겸손해지고 오히려 선한 사람으로 거듭 나게 되는 계기로 삼는다.

문제는 그게 잘못된 짓인 줄 모르고 저지르는 경우이다. 답이 없다. 똑같이 당해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경전에 합회(合會)지옥이라는 곳이 있다. 거대한 산 두 개가 서로 합쳐지면서 그 사이에 놓인 죄수를 으깨고 기름을 짜듯 하는 형벌이 기다리는 곳이다. 전생에 힘으로 상대를 업신여기고 연약한 이를 비방하며 억압하고 폭력을 함부로 휘두른 사람이 가는 지옥이다.〈경율이상〉

자신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고 업신여기고 폭력을 휘두르며 희열과 우월감을 느낄 때 당하는 사람은 두 산 사이에서 조이고 으깨지는 고통을 느꼈으니 그 심정을 지옥에서 한 번 맛보라는 것이다. 지상에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지옥에서 그대로 당하는 것을 단테는 〈신곡〉에서 콘트라파소(contrapasso)라고 불렀는데 불교의 지옥도 바로 그렇다. 역지사지도 이보다 더할 수 없다.

철부지 시절의 잘못으로 지금 힘들게 이룬 모든 것을 빼앗겼으니 계산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산이다. 이제부터 그때 괴롭힘을 당한 자의 심정을 제 몸과 마음으로 겪어봐야 하는 순서가 남았다. 처절하게 아파봐야 진실로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서 자신의 미래를 지키게 된다. 행여 지금도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철부지’들이 있다면 제발 부탁한다. 폭력을 멈춰라! 훗날 모르고 그랬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니,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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