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 각계 동참사 Ⅰ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신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가 오늘 봉암사에 모인 까닭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이곳 봉암사에서 우리 한국 불교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다시금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봉암사 대중 스님들의 철저했던 수행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오늘날 우리 종단이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할 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조선 왕조의 억불 정책과 일제 36년간의 가혹한 식민통치로 인하여 한국 불교는 처참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수행은 실종되고, 승풍은 타락했으며, 승단의 의제마저 일반 속인과 구별이 안될 만큼 무너져 불교의 앞날이 풍전등화와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청담 스님, 성철 스님, 자운스님을 비롯한 삼십여 명의 스님들이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만 살자'는 원을 세우고 수행하시어 오늘날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의 근간을 세우셨습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공주규약(共住規約)에 명시된 끊임없는 수행과 자기 극복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되새겨야 합니다. 그토록 암담한 시기에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 수 있었던 결사의 의기를, 겨우 만 3년에도 이르지 못했던 그 결사의 결과가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에 어떻게 회향되어 이토록 여법하게 사부대중이 모일 수 있었는지를.

요즘 우리 종단이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여기 모인 우리가 60년 전 봉암사 결사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면 이러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불교가 앞으로 나아갈 길 또한 환히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합심하여 수행·전법의 길로 나아가 이 세계에 부처님의 정법이 우뚝하게 서는 그날을 다시금 그려 봅니다.
함께하신 모든 사부대중 여러분, 성불하십시오.

불기2551년 10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자  승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 각계 동참사 Ⅱ

나라가 어지럽고 불교의 전통은 위축되던 혼란과 시련의 시기, 오로지 ‘부처님의 법'을 등불삼아 세상을 밝히고자 하여 이 곳 봉암사에 스님들이 모이셨습니다. 비록 선승의 수는 적었으나 그 뜻은 수미산보다 웅대했고 그 기개는 천하를 움직였습니다.
이제 다시금 60년 전의 그 뜻을 기리는 것은, <봉암사 결사>가 단지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 싼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혹한 것이기에 지성으로 참회하고 선대 스님들의 지혜를 본받아 법답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을 맞아 저희 교구본사 주지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구본사는 소속 사찰이 종헌 종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관리 감독해야 하며, 수행과 교육, 포교와 지역 사회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찰은 출가자의 수행에 장애가 없도록 성심껏 뒷받침해야 하며 재가불자 신행 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한 모든 사찰의 주지들이 과연 이러한 본연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작금의 문제가 사찰 운영의 영역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기에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사부대중께 머리 숙여 참회합니다.
봉암사에서의 결사는 어떻게 대중을 외호하고 수행 공동체를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공주규약(共住規約) 18개 항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오늘에 맞게 충실히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서 봉암사 결사는 다시금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우리 교구본사주지부터 참회하고 변화해 나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수행자의 모범을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봉암사 결사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 오늘과 내일의 역사로 후학들에게 계승될 것입니다.
오늘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닌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수행 종풍 진작의 가슴 벅찬 입재식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하며, 교구본사 주지 모두가 적극 동참할 것을 사부대중께 다짐합니다.

불기 2551년 10월 19일       
교구본사 주지 일동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 각계 동참사 Ⅲ

삼가 제불보살님께 귀의하옵니다.
오늘 봉암사에 모인 사부대중들은 일불제자(一佛弟子)임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모진 시련 속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시켜가며 피와 땀으로 이룩한 종지종풍(宗旨宗風)으로 다시 결인(結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947년 봉암사 결사는 불교 현대사를 이끈 혁신적 결사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대법회에서는 자기 분명한 자성(自醒)과 더불어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만 합니다. 이 자리에서 ‘불제자들의 단합된 의지'를 만방(萬方)에 천명하고 실천하는 결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단의 불자들은 수행결사의 정신을 더욱 다지고, 한국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종단의 결연한 의지를 담금질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대열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물러서면 이 땅에서 앞으로 불교는 영영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불자들은 조언보다 비판을 즐겨했고, 보잘 것 없는 작은 테두리 속에 안주하며 수행을 게을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생각과 자세들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었고, 부처님에 대한 믿음까지도 흔들기를 반복했습니다.
전국의 불자 여러분! 스스로 뼈를 깎는 자자포살(自恣布薩) 없이는 지금까지 쌓아온 교만과 아집, 갈등과 분열을 절대로 없앨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힘을 빌려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오직 우리들의 수행정진만이 이를 극복하게 할 것입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위난(危亂)에 처한 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종도(宗徒)로서의 책무와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되찾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허물이 멍에가 될지라도 다함께 나누어 짊어지고, 오늘을 계기로 삼아 불심(佛心)의 용광로를 만드는 불자가 되고자 부처님 전에 다짐합니다.

불기2551년 10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  김 의 정  합장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