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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천태종 문덕 총무원장“세상 힘들수록 각자 지계에 엄격해야”
  • 대담 = 윤완수 편집국장
  • 승인 2020.12.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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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앞둔 구랍 22일, 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을 서울 관문사에서 만나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을 돌아보고, 신축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들어봤다. -편집자

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본지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불자들에게 '꽃향기조차 훔치지 않겠다는 청정한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경전 독송하며 불안·불만 잠재우고
‘꽃향기조차 훔치지 말라’ 지침 삼길

△경자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 한해는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사회·경제 전반의 흐름이 순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힘겹게 견뎌낸 한 해, 불교계와 천태종의 2020년을 정리하는 의미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 각 분야 중에서 올 한해 코로나19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곳은 종교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 2월 대구의 개신교 계열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후에도 교회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해 국민들의 우려가 컸습니다. 다행히도 불교계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준수했고, 개신교와 예배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전염의 연결고리’라는 오명을 쓰지 않을 수 있었고, 덕분에 신도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천태종의 말사는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데, 총본산에서 하달하는 방역지침과 함께 해당 지자체의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몇몇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되기도 했고, 온라인으로 전환해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신행활동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불행 중에도 다행스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오히려 거세져 각종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천태종의 행정수장으로써 내년 종무행정 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이 안전하고, 신도들이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종교는 신도들이 사찰이나 교회·성당 등 종교시설을 찾아와야 경제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종교시설을 찾아오는 신도의 수가 감소하고, 종교행사를 열 수 없게 되면 수입도 비례해서 감소하게 됩니다.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신도들과 그 가족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종단과 사찰에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천태종은 이를 고려해 새해 예산을 긴축해 편성한 상황입니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변화에 따른 적극적인 대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제2 제3의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을 한다면 신행활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온라인법회 등 비대면 종교 활동이 활발했던 만큼 매년 정례적으로 봉행하던 행사도 비대면 진행을 적극 고려할 예정입니다. 특히 연령이 높은 신도들의 경우,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신행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려 합니다.  

△경자년 한해는 불교계 입장에서 이렇다 할 희소식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며칠 전 연등회(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가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를 통과해 등재가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연등회의 백미라고 하면 장엄물과 장엄등인데, 이 부분을 얘기할 때는 천태종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연등회 등재와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행사는 불교가 전승되고 있는 나라마다 다양하게 봉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매년 연등회를 펼쳐오고 있는데, 이 거국적인 불교행사가 한국의 21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불교계와 정부가 연등회 개최를 한 달 연기했다가 결국 취소해 불자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행히 연말에 이런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됐으니, 불교계가 지은 선업(善業)이 선과(善果)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태종은 총본산 구인사 인근에 장엄등을 만드는 공장형 등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은 등방은 2톤이 넘는 크레인이 두 대나 설치돼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이곳 등방에서는 매년 용·봉황·코끼리등을 비롯해 수백에서 천 개의 각종 장엄등을 만들어 전국 사찰에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장엄물 보수가 필요하다보니 유급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연중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축년에 코로나19가 조속히 안정돼 연등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등방에서 만들어진 장엄물과 장엄등이 서울 종로와 전국 주요도시 연등회에 선을 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코로나19의 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올 한해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영향에 놓여 있었다보니 인터뷰 질문도 여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정서적으로도 더욱 메말라지는 것 같습니다. 불자들과 국민들이 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요? 

글쎄요. 제가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명쾌한 대답을 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요즘 신문을 보면 인터넷 악성 댓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심할 경우, 상대방이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저는 악성 댓글의 주된 원인이 정서 불안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뉴스만 접하다보니 불안과 불만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점점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보면 우발적 범죄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불자라면 날마다 일정한 분량을 정해놓고 경전을 독송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천태종은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지만, 다른 경전이라도 무방합니다. 만약 불자가 아니라면 소설이나 수필, 시 등 문학작품을 읽는 것도 좋습니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읽다보면 심리적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사고의 폭이 깊고 넓어집니다. 

첨언을 하자면,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나눔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 같습니다. 요즘 집에서 인터넷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금액을 조금 줄여서 기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돋우는 것도 불안함 마음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세계기부지수와 관련된 기사를 봤는데, 140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60위권에 머무른 반면 미얀마가 1위를 차지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불안의 주된 원인은 물질은 풍족한데, 마음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며칠 후면 신축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불자들이 신년에 지침(指針)으로 삼을 만한 덕담 한마디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처님 전생담에 나오는 이야기로 덕담을 대신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살로 태어나셨을 때 한 연못 가까이 토굴을 짓고 머물러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연못을 산책하는데, 연꽃 한 송이가 아름답게 피어있었어요. 바람결에 날려 온 연꽃향기에 취해 우두커니 서 있는데, 인근 숲에 살던 여신이 “주지 않은 향기를 맡으면 일종의 도둑질이다. 그대는 향기 도둑인가?”하고 꾸짖습니다.

보살은 “꽃을 해친 것도 아니고 그저 멀리서 향기를 맡았을 뿐인데, 어찌 도둑이라 말하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건너편에서 연뿌리를 캐는 사내를 가리키며 “왜 저 사내에게는 가서 도둑이라고 따지지 않느냐?”고 되묻습니다. 

이에 여신은 “법을 어기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그대는 욕망을 멀리 떠나보내고 항상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므로 토끼털만한 작은 죄도 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하고 대답합니다. 그 말을 들은 보살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허물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꽃향기조차 훔치지 말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 바로 그 가르침의 배경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세상살이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는 각박해지고, 이기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신행의 끈을 느슨하게 놓으면 마음속에서 순일(純一)하지 않은 생각이 한 번씩 불쑥 솟구칩니다. 그런 걸 방치해선 안 됩니다. 세상살이가 어려울 때일수록 불자들은 스스로 지계(持戒)에 엄격해져야 합니다. 이런 저런 변명으로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걸 방관하게 되면, 작은 불씨가 큰 산을 태우게 되듯 그동안 쌓은 모든 공덕은 허물어지고 맙니다. 

모든 불자들이 꽃향기조차 훔치지 않겠다는 청정한 마음가짐으로 신축년 새해를 살아가길 당부 드립니다.

대담 = 윤완수 편집국장  yws3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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