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에서 민주화 시위에 나선 승려 수백 명이 살해되고, 사원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 중 90%가 불교를 믿고, 모든 가정이 매일 아침 탁발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사실상 불교국가에서 발생한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20년간 축재에 혈안이 돼 민생을 돌보지 않던 군사정권이 유가를 비상식적으로 인상하며 발생한 시위는 군부가 젊은 승려 500여명을 포함한 평화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면서 억눌린 민심이 폭발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승려들이 맨몸으로 평화시위에 나서야만 했던 상황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27년 전 10.27법난이란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니라도 버마는 남방불교의 전통이 오롯이 살아있는 나라다. 이런 평화와 자유의 나라에서 자행되는 군부의 만행을 전 세계는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

국내에서도 버마 군부를 질타하고, 평화시위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불교계는 지난 10일 ‘불교계 버마 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국제사회와 연계해 버마불교 지원에 나섰다. 여기에는 대한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국제포교사회, 외교관불자모임,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많은 교계 단체들이 참여했다. 지난 9월 27일에는 각 종교계 성직자 모임인 종교인협의회 회원들이 버마대사관 앞에서 “무력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10월9일에는 몇몇 스님이 대사관 앞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 불교계의 이런 마음이 버마 국민들과 승려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 불교계를 회유하기 위해 군부의 시주를 거부하고, 사찰 봉쇄로 탁발마저 하지 못하는 버마 승려들의 평화적인 민주화 운동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1988년 이후 20년 만에 불붙은 민주화 운동이 또다시 삭으러 들어서는 안 된다.

한국 불교계는 유엔과 우리 정부는 물론 중국과 인도, 미국 등 버마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해야 한다. 불자들도 버마 스님들과 국민들이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남방의 불국토 버마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부강해지길 진심으로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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