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구석을 밝히기 위해 불을 켜는 기구가 등(燈)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 앞에 올리는 등불이라고 해서 법등(法燈)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러나 법등은 아주 넓은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어둠인 무명을 밝히는 등불에 무게를 실은 터라, 이는 바로 불법에 비유되기도 한다.

천태불교가 받드는 《법화경》은 등 공양을 가리켜 무량한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적었다. 이를 희견보살이 자신의 몸을 부처님께 바쳐 공양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그때 보살의 몸이 1200년 동안 불에 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렇듯 대자대비한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밝고 맑은 마음에서 우러난 불심의 연속이 등 공양이다.

등 공양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다른 경전에도 보인다. 《현우경》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는 부처님 당시 난타라는 퍽이나 가난한 여인이 지극한 정성과 원력으로 밝힌 등불만이 날이 새도록 밝게 빛났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를 본 부처님께서 “이 여인은 등불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며, 나중에 수미등광여래(須彌燈光如來)라 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내용을 함께 기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간등(看燈)과 고려의 연등회(燃燈會), 조선시대의 관등놀이에서 오늘날의 연등축제로 이어졌다.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이 마침 제1회 창작등 공모에 나서 오는 12월 5일까지 마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금강신문 9월 11일자 1면). 수박등, 마늘등, 연꽃등, 칠성등, 오행등, 일월등, 누각등, 종등 따위의 숱한 전통등처럼 옛날에 찬란했던 등공예(燈工藝)가 이번 공모에서 어떻게 재창조될 지가 궁금하다. 천태불자들의 솜씨를 한껏 되살리기 바란다.

 황규호·‘한국의 고고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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