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시름’ 자부담금에 ‘신음’

‘신정아 사태'가 불교계 문화재보수비로 불똥이 튀었다. 나랏돈이 불교계로 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교계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논란이 된 문화재보수비의 배정 지급 현황과 폐해 등을 통해 불교계가 당면한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짚어봤다.  편집자



문화재보수비는 문화재보호법과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문화재 보수를 위한 보조금이다. 문화재보호법 39조에 따라 국가는 관리단체가 국가지정문화재를 관리하거나 조치할 때, 관리·보호·수리 또는 기록 작성할 때 필요한 경비의 전부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 근거는 문화재보호법
국가의 보조를 받으려면 신청자는 단위사업별 예산신청서를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한다. 문화재청이 이를 기획예산처에 요구하면 기획예산처는 정기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한다. 국회가 이를 심사한 뒤 확정된다. 확정된 보조금은 시·도지사를 통해 교부하고, 그 지시에 따라 관리·사용하게 한다. 보조금 교부자는 보조금의 집행을 완료하거나 회계년도가 종료되면 실적보고서를 문화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문화재청 박종민 사무관은 “문화재는 일차적으로 소유자가 관리하고 보수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유자가 능력이 없을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수는 원칙적으로 소유자(관리 단체가 지정돼 있는 경우에는 그 관리 단체)의 의무이다. 그러나 문화재의 보수는 원형 보존을 위해 철저한 고증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데다 많은 비용이 들어 소유자가 국가의 지원 없이 보수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매년 전국의 훼손된 문화재 중 보수·정비·복원이 시급한 문화재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국가가 70%, 지방자치단체가 30%를, 시도지정문화재는 국가가 50%, 지방자치단체가 50%를 보조하고 있다.

■ 올해 불교 문화재보수비 481억원
국가지정문화재의 39%를 차지하는 불교문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재청이 3년 간 문화재보수정비가 시급한 사찰에 지원한 불교문화재 보수정비 예산(국비·지방비 포함)은 2005년 427억 7천만원(221건), 2006년 451억 4천만원(204건), 2007년 481억 9천만원(166건)이다.

이중 각 사찰에 지원된 보수비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문화재보수비 집중지원 의혹을 받았던 월정사에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7억 3천5백여 만원이 지원됐다.

문화재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원 예산은 문화재와 그 주변경관 보호, 문화재 관리시설 보수·확충을 위해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적법하게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국보 2점, 보물 3점 등 24점의 지정문화재와 많은 비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월정사는 문화재 인근 건물 보수비, 조사전 개축, 성보박물관 증축 등의 명목으로 예산이 지원돼 왔다. 이외에 2005년부터 3년 간 낙산사 약 57억원, 불국사 약 34억원, 해인사 35억원 등이 지원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불교계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재원은 1997년부터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른 보조비이다. 시설물의 노후, 퇴락이 심한 전통 사찰에 대해 개·보수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외에도 문화재관람료도 불교계가 문화재 보수ㆍ관리의 명목으로 받고 있는 재원이다.

■ 현실적 제도마련 공론화 해야
그러나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문화재보수비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 교계 내에서 문화재보수비 명목으로 국고금을 과다하게 받거나 보수비 일부를 횡령한 사례도 발생한 바 있다. 또 문화재보수비는 최근 ‘신정아 사태'와 관련돼 사찰 지원금 명목 등으로 의혹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범하 스님은 “받을 만한 사찰에서 받아서 집행하고, 집행과정에서 업무미숙으로 인한 착오를 횡령이라고 왜곡하거나 모든 사찰이 그렇다고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불교계에 대한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국에서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계 내부에서도 문화재와 관련된 비리가 드러났을 때 주지직 등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도록 엄중한 처벌을 가하는 등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오고 있다.

박종학 조계종 문화부 팀장은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른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되지만, 재정적 부담능력이 없는 사찰에까지 자부담금이 20%가량 편성돼 있어 오히려 이러한 구조가 비리를 키울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자부담 능력이 없는 사찰엔 국비와 지방비만으로 지원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교수는 “예산 편성과 신청 배분 과정에서 신청한 금액은 줄어들기도 하므로 통상적으로 문화재보수비 명목의 보조금은 7~80%정도 지원받게 되지만 문화재는 원 소유자가 관리하는 게 원칙이므로, 모든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원칙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공정성 문제도 불교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아직도 문화재보수비의 부족으로 방치되거나, 도난사고에 노출된 비지정문화재가 많은 게 불교계 현실이다. 최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만큼 불교계의 공론화 장의 마련과 진지한 발전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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