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 소장 국보 제306-4호 '<삼국유사> 권4-5'(권수제).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서지학적·학술적으로 중요한 사료”
경주 남산·해인사·갑사 불상 등 8건 보물 지정

현존하는 〈삼국유사〉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의 판본인 부산 범어사 소장 ‘〈삼국유사〉 권4~5’와 경주 남산·합천 해인사·공주 갑사의 불상 등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8월 27일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를 국보 제306-4호로 국보로 승격 지정했다. 또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과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 3건,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및 복장유물’과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복장전적’, ‘장용영 본영 도형 일괄’ 등 총 8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삼국유사〉 권4~5’는 부산 범어사 소장본이다. 범어사 초대 주지를 역임한 오성월(吳惺月, 1865~1943) 스님이 소장하다가 1907년경 범어사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완질(完帙)은 아니지만, 1394년 처음 판각된 후 인출(印出) 시기가 가장 빠른 자료로 서지학적 의미가 매우 높다. 특히 기존 지정본에서 누락된 제28∼30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1512년(중종 7년) 간행본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까지 알려진 〈삼국유사〉 판본에 대한 교감(校勘)과 원판(原板) 복원을 위한 역사적‧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다.

보물 제2071호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경주 남산 계곡의 한 지류인 장창곡(長倉谷) 정상부근 석실에 있던 불상으로, 7세기 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한다. ‘삼화령 애기부처’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삼존상은 삼국시대 미륵신앙과 신앙행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문화재청은 경주 남산이라는 원 위치가 명확하게 확인된 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의좌형 미륵삼존불이자 신라인들의 신앙생활이 반영된 대표작이라는 점, 불심과 동심(童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듯한 7세기 신라 전성기의 수준 높은 조각양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조각사에 중요한 학술‧예술적 위상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하고, 보물로 지정했다.

또 고려~조선시대 조각사‧서지학‧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돼 온 불상과 복장유물, 복장전적 6건도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제2072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은 해인사 산내 암자인 원당암 보광전에 봉안된 삼존상과 그 복장유물이다. 삼존상 복장에서는 중수발원문(1694년), 후령통(候鈴筒), 사리호(舍利壺), 오보병(五寶甁), 직물, 보자기, 다라니 등 23점 등이 나왔다.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은 설법인(說法印)의 수인(手印)을 한 아미타여래좌상과 보관을 쓴 관음보살, 민머리의 지장보살로 구성된 불상으로, 아미타삼존 도상을 정확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이같은 삼존상 형식은 고려 후기에 새롭게 등장한 도상으로, 조선 후기까지 지속됐으나, 현존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보물 제 2073호 ‘대방광불화엄경-진본(晉本)’ 23첩, 보물 제2074호 ‘대방광불화엄경-정원본(貞元本)’ 5첩, 보물 제 2075호 ‘제다라니(諸陀羅尼)’ 1첩은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의 본존 아미타여래좌상의 복장에서 발견됐다.

이 경전들의 판각 시기는 대부분 고려시대인 13세기 중엽이고, 인출 시기는 조선 14세기 말∼15세기 초로 추정한다. 불상이 조성된 후 복장이 개봉된 적이 없어 보관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고려시대에 판각된 〈화엄경〉이 일괄 발견된 매우 드문 사례다.

보물 제2073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대방광불화엄경 진본’은 총 23첩으로, 표지색은 진한 감색과 연한 감색, 황색 계통으로 세 종류다. 보물 제2074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5첩도 진한 감색과 황색 계통 등 두 종류로 제작됐다.

보물 제2075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제다라니(諸陀羅尼)’ 1첩은 휴대용 수진본(袖珍本) 형식의 다라니다. 인출 시기는 조선 초인 14세기경으로 추정되지만 1375년(고려 우왕 1년)이라는 정확한 판각연대가 있고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본으로 희소 가치가 크다. 또 삼불상(三佛像: 아미타불‧비로자나불‧석가불)과 마리지천상(摩利支天像)이 표현된 변상도가 처음 확인된 경전이어서 고려 말 삼불상 구성과 마리지천 신앙을 알려주는 매우 주목되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보물 제2076호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및 복장유물’은 갑사(甲寺) 대웅전에 봉안된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의 협시보살상에서 발견된 복장유물이다. 이 불보살상의 복장에서 발원문(1617년), 후령통, 오보병, 직물, 다라니 등 263점이 발견됐다.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사보살입상’은 1617년(광해군 9년)에 행사(幸思) 스님 등 9명의 조각승이 제작한 총 7존으로 구성된 불보살상이다.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7존 형식의 불상으로는 현존 최대작(最大作)이자 최고작(最高作)이다. 진흙으로 만든 소조 불상은 평균 높이가 2.5m이며, 보살상 역시 2m 이상으로 제작됐다. 제작기법도 17세기 전반 대형 불상에 널리 적용된 소조기법으로서는 가장 빠른 사례에 속해 조선 후기 삼불상‧사보살상 도상 및 제작기법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준작이다.

보물 제2077호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존좌상‧사보살입상 복장전적’은 소조관세음보살입상에서 발견된 전적류 8건 8점이다. 필사본은 1건으로 흰 종이에 먹으로 쓴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이며, 7건은 목판 경전류다. 간행 시기는 고려본과 16세기 중반까지로 확인되며, 불상 조성 시기인 1617년 이전에 인출됐다.

보물 제2070호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壯勇營 本營圖形 一括)’은 조선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이 주둔한 청사의 본영을 1799년(정조 23년, 기미본), 1801년(순조 1년, 신유본)에 그린 건축화다. 채색화 1점과 일종의 평면도안인 간가도(間架圖) 2점으로 구성돼 있다.

장용영은 도성 안에 본영을, 수원화성에 외영(外營)을 두고 운영됐기 때문에 이 자료는 도성 안(지금의 서울 종로 4가 이현궁 터 추정)에 설치된 장용영 본영의 현황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어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장용영의 정확한 규모와 세부 건물의 배치와 기능을 알려주는 자료로, 정간 구획의 대형 평면도와 이와 합치하는 채색 건물도가 함께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례이자 유일한 도형이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 협조해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보물 제2071호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2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3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 대방광불화엄경 진본'.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4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5호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제다라니'.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6호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77호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복장전적(백지묵서금강반야바라밀경)'. <사진=문화재청>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 보물 제2070호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도형 기미본 채색도'.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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