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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설법> 전염병에 대처하는 불교의 지혜
  • 천태종 문덕 총무원장
  • 승인 2020.02.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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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희망을 품고 2020년을 맞았으나 신종 전염병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명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는 2월 24일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2,500여 명의 사망자와 7만 7,000여 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하는 전염병의 역사는 고대부터 있어왔지만 그 위력과 파급력은 갈수록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사스(SARS)가 중국에서 발생한 때가 겨우 18년 전 일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었던 메르스(MERS)가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때는 불과 8년 전입니다. 또 다시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에서 발생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 전염병은 과학과 의학이 첨단을 걷고 있다 해도 이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철저한 위생관리에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충고입니다.우리가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을 세정하는 등 위생관리만 철저히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10%대 아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위생관리는 전염병에 감염될 수 있는 확률을 확실히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권장되고 있습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인도 사회는 의료 환경이 척박했던 시절입니다.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머물고 계시던 어느 날 병에 걸려 심하게 앓고 있었을 때입니다. 소문을 들은 빔비사라왕이 자신의 주치의인 지이바카를 보내 부처님을 치료하도록 하였습니다. 지이바카는 부처님을 치료하면서 부처님이 전염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제자들이 공동묘지나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옷을 입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질병에 걸리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지이바카는 이웃나라 왕의 병을 치료해 준 답례로 멋진 옷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옷을 받아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옷을 입기에 합당한 사람은 왕과 부처님뿐이다. 왕은 얼마든지 옷이 있으니 이것을 부처님께 드리기로 하자.”

지이바카는 부처님을 뵙고 옷을 공양한 뒤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지이바카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헌옷을 벗고 비구들에게도 더럽지 않은 깨끗한 새 옷을 입도록 허락해 주실 것을 청하였습니다. 사물에 구애를 받지 않는 부처님은 지이바카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채셨습니다. 그리하여 비구들에게 이렇게 전하였습니다.

“떨어진 옷을 좋아하는 자는 지금처럼 떨어진 옷을 입어도 좋다. 그러나 깨끗이 빨고 햇볕에 잘 소독하여 입을 것이며, 새 옷을 입기를 원하는 자는 새 옷을 입어도 좋다.”  

옷에 대한 부처님의 이같은 지침은 위생관리가 각종 질병에서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왕사성 사람들은 깨끗한 옷을 만들어 부처님의 제자들에게 기증하고 나섰습니다. 당시 그 수가 수 천을 헤아렸다고 하니 수행자들의 건강관리에 일반 백성들도 크게 도움을 주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질병예방에 적극적이었던 지이바카의 정신은 지금도 인도 사회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정각산 아래 둥게스와리는 ‘버려진 땅’이란 뜻을 갖고 있는 마을입니다. 붓다가야에서 차로 40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지역입니다. 둥게스와리는 부처님 재세 당시에도 시체를 갖다 버리는 곳으로 유명하였습니다. 이곳 주민 80%는 ‘만지면 더러워진다.’는 불가촉천민에 해당합니다. 1995년 이곳에 콜레라가 창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인도정부도 온갖 노력을 기울여 콜레라를 잡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이때 의료시설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습니다. 콜레라가 잡히고 나서 학교 건물 한 쪽을 내어 의료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한 불교단체가 그즈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지이바카 병원’을 건립한 것입니다. 마치 부처님 재세 당시 헌옷 대신 새옷으로 청결과 위생관리를 일깨워준 지이바카가 현대사회에 다시 돌아와 질병예방에 힘쓰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사회의 질병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자연과 환경과 인간은 서로 의지해야 하는 연기적 관계임에도 인간의 욕심이 일방적으로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보니 예기치 못한 각종 사고와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것이 연기적 관계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럴 때 마음과 국토가 청정해지며 인류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상황에서 불교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문덕 총무원장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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